변화란, 부족한 자신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나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존재만으로 충분한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삶의 기쁨이고 환희입니다. 우리는 끝없이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의 과정이 다소 고통이 될지라도, 직면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물이 고이는 것과 같고, 고이면 썩게 됩니다. <책, 읽지 말고 써라> 중에서
공무원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힘들어하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한 달새 얼굴이 수척해졌고 많이 지쳐 보였습니다. 축 처져있는 어깨를 보니 불현듯 10여 년 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할 새도 없이 쏟아지는 일들에 쉴 틈이 없었습니다. 물어불 사람도 마땅찮고 내달라는 독촉 전화에 정신은 출장을 갔습니다. 새벽에 잠자리에 누울 수 있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아마도 후배가 그런 시기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요령은 부족하고, 일의 우선순위도 구분되지 않을 겁니다. 주변의 도움 없다면 업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걱정되어 후배에게 밥 한끼 하자며 상황을 묻자 예상했던 답이었습니다.
"잠이 부족하고, 새벽에 자주 깹니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건강도 걱정됩니다. 매일 늦은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하니 몸도 마음도 지쳐갑니다.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많이 힘들겠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 말자. 내 함량은 5인데 10의 일을 하려는 것도 욕심이더라. 하나씩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부딪히면 두려움도 차츰 극복될 거다. 못할 일은 없는데 못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문제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자꾸 조바심만 생깁니다."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지금 상황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딸에게 힘이 되는 직장 생활 안내서>라는 책이 도움 될 거다. 꼭 챙겨 읽어봐라"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자는 시간도 부족하거든요"
"그럴 거야. 나도 그런 시간을 견뎌왔던 거 같아. 오랜 공직생활을 퇴직하는 아버지가 첫 직장을 다니는 딸을 위한 책이라 유용한 내용이 많아. 나도 그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덜 힘들었을 거 같아"
"요즘 어머니도 걱정하셔요. 늦게 퇴근해서 전화도 못 드렸네요. 선뜻 전화도 안되더라고요"
"그래. 답답하고 힘이 부치면 언제라도 내게 밥 사달라 얘기해라. 혼자가 아니라 조직이 일을 하는 것임을 잊지 말고. 쓸모없는 경험은 없더라. 폭풍 속에서 배가 빨리 가는 것처럼 초반에 일 근육을 키운다면 너는 훨씬 단단해질 거야"
후배와 식사하며 그가 힘을 내길 바랬습니다.
지난날 번아웃으로 무너졌던 기억이 소환되었습니다.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동료 한 사람만 있었어도 넘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다시 일어서기까지 많은 눈물이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힘들어하는 후배를 외면하지 말자는 약속은 가급적 지키려 합니다. 아파보니 아픈 사람이 보이고 내 실패의 경험이 상대에게 위로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존재만으로 충분한 사람들입니다. 삶이 아무리 사막같이 척박하더라도 희망이라는 오아시스가 있기에 견딜 수 있습니다. 자신을 아는 만큼 이상과 현실 차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어른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성찰하며 나를 더 알아갑니다.
누구나 조금 더 잘 살고 싶고, 조금 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존재합니다. 그러려면 깎고 다듬는 훈련을 하며 배움에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고인물은 썩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