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결코 맛보지 못한 수많은 행복의 조각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도 깨닫지 못한 채, 건조한 생활인이 되지 않았을까. <헤세 × 정여울> 중에서
가끔, 제가 책을 즐겨 읽지 않고, 쓰지 않는 삶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행복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메마른 감성에 물을 주었고, 상처 많은 자아와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알아 갈수록 주변을 점점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함은 줄어들고 감사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관심과 관찰은 관통이라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꾸역꾸역 글을 쓴 지 2년이 되어갑니다. 한번 써보자는 호기로 덤벼들었다가 웬걸 쓸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책을 읽는 것처럼 꾸준하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도 점점 작아지는 중입니다. 작년 10월부터 1일 1편 글쓰기를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주로 주말에 글 쓸 소재와 사진을 모으고 테마를 정합니다. 쥐어짜듯이 쓰고 있지만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조금 발전하여 매일 글을 써보았습니다.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매일 잘 살고 싶지만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에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글쓰기보다 소중한 것을 간과하지는 않는지, 나의 욕망을 우선순위에 두고 누군가를 희생시키지는 않는가도 생각됩니다. 승승장구해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선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제게 말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네. 정작 가족과는 소통하지 않아 노후가 걱정이네. 가족에게 내가 필요할 때는 일을 사랑했고, 내가 가족을 필로 할 때는 모두 없었네."
"인생은 모든 의미와 의미가 상실된 순간에 가장 의미 깊은 것이 된다. <p42>
글은 결코 삶과 분리되지 않기에, 삶을 잘 살아야 된다는 압박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희생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기가 아닌 이상 글감을 모으고, 다듬고 고민하는 최소 시간이 요구됩니다. 자연, 풍경, 책, 음악, 반짝 여행을 통해 영감을 모읍니다. 무엇보다도 브런치 다른 작가님들을 보면서 격이 다른 글을 대합니다. 지식의 깊이와 사유의 넓이가 부럽기도 합니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가슴 떨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를 흘려보낼 수 없는, 하루를 충실히 사는 추동력이 됩니다.
삶으로 글쓰기가 부족하여 개인적인 사정상 브런치를 쉬게 되었습니다. 언제라고 기약드릴수는 없지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수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답글을 달아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