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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어린 왕자에 있는 보석 같은 문장

읽을수록 말을 걸어주는 문장이 좋습니다.

by 모티



한 달 동안 <어린 왕자>와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린 왕자와 함께하며 미소 짓는 일이 많았습니다. 자가격리로 답답한 공간에서도, 누군가가 미워져 마음이 혼탁할 때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하루 속에도 책이 주는 위로가 적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음을.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인도해준 어린 왕자가 고맙습니다.

어른들은 나에게 속이 보이는 보아뱀이나 안 보이는 보 아뱀의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지리나 역사, 산수, 문법에 재미를 붙여 보라고 충고했다.
<어린 왕자, P8>


마음에도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함께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면 정말 행복합니다. 오래전 일기장을 들쳐본 것처럼 동심을 소환합니다. 들쳐보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P20>


어린 왕자가 보기엔 비슷한 어른일 테지만 세상은 숫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친구에게 "어디에 사니? 몇 평이니? 차는? 아빠 직업은?"이라 묻지 않고 "넌 무엇하는 걸 좋아하니",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뭐니", "어떤 음식을 먹고 싶니",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물어야겠습니다.


오랫동안 네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라곤 아늑하게 해가 저무는 풍경밖에 없었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너는 이렇게 말했지. 나는 해넘이가 정말 좋아. 지금 해넘이를 보러 가요. <P28>


photo by 닥터정

해가 뜰 때 해를 보고, 해가 질 때 흔적을 봅니다. 시작의 설렘과 끝의 숙연함이 좋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지칠 때도 석양은 위로의 악이 되었습니다.


수백만 또 수백만이 넘는 별들 속에 그런 종류로는 단 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누군가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저 하늘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P33>


흑암의 긴 터널을 지날 때가 있었습니다. 환영도 보였습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선과 악이 내 안에서 오랫동안 싸웠습니다. 많은 부침 이후 누구도 쉽사리 비난할 수 없음을 배웠습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탐심이 큰 똬리를 틀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음을 올렸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노력한 것 이상을 바라며 욕망의 노예처럼 살았습니다. 정체성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몰라 방황했습니다. 내게 솔직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닌척하고 살기에 삶은 그리 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 덕분에 해야 할 일을 하나둘씩 챙기게 되었습니다. 비 온 뒤 맑게 갠 날처럼 드러운 햇살이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나를 믿어준 사람, 부족함까지도 안아준 그녀에게 사랑을 배웠습니다. 내게 특별한 꽃이 되어준 한 사람의 눈물과 희생이 황폐한 마음밭을 녹였습니다. 진심 어린 사랑은 상대를 변화시킵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명약입니다.

photo by 말그미

#생땍쥐베리#문장산책#보석같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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