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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14. 2022

[일상 관찰] 안부와 소중한 것들

멈추어야 볼 수 있는 것들의 소중함

가족 확진 이후 다행히 둘째 생일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1 안부


4주 가까이 브런치쉬었습니다. 5달 넘게 하루에 글 한 편씩을 쓰다 멈췄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일주일에 1~2편은 올리며 5백 편이 넘는 글을 발행했으니 적은 양은 아니었습니다. 어제는 1년 전 써둔 글을 수정하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글 근육은 어느 정도 도움되었지만 퀄리티가 미달인 글도 많았습니다. 한 달은 제게 현실 인식 돌아을 알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이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님 중에 글이 기다려지몇 분계십니다. 내용도 좋지만 알림이 오면 잘 지내신 거 같아 먼저 안심부터  됩니다. 글로 맺진 인연임에도 연결어 있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비록 분들의 피상적인 아픔을 알 뿐입니다. 글에 행간의 의미를 애써 유추하삶의 궤적을 이해하려 하지만 이유 없이 좋습니다. 그런 분들이 추천해 준 책 따라 간직하고 싶은 책을 만나기도 했으니까요. 분들의 삶의 지혜도 덤으로 얻습니다. 한결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모습으로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좋게 봐주신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미래의 모습까지 넉넉하게 봐주시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염려해준 분들 덕분에 안부와 근황을 전합니다. 글쓰기는 쉬었지만 삶 쓰기는 집중하는 한 달,  여러 소득(?)도 있었습니다.


먼저 브런치 친구님의 글을 가급적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하루에 5편~10편 정도 보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정성스럽게 쓴 글을 눈로 쑥 훑기는 아닌 거란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럼에도 내 관심사, 수준 높은 글, 정성과 재미있는 글에 끌리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덧글 성심껏 쓰려하였습니다. 입에 발린 말보다 진심 어린 칭찬은 누구에게나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작가님글에 배어 있는 따뜻함, 전문성과 노력 그리고 일신우일신하는 모습 좋은 자극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선한 영향력을 주는 분들과 함께라 든든합니다. 시나브로 닮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어난 분들은 자신은 뒤에 서서 조연 역할을 자처합니다. 문제와 해결주인공으로 전면에 세웁니다. 객관적인 이유와 분석적인 내용으로 논거를 뒷받침합니다. 탄한 구성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정보, 깨달음, 조언을 주니 저의 글쓰기 스승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모르실 테지만요. ^)^  


최근 함께 했던 책들


#2.다사다난했던 한 


3주 전 아내와 두 딸이 오미크론에 걸렸습니다. 2주간 제 숙소에서 떨어져 지냈습니다. 힘들어하는 아내와 두 딸들에 도움을 줄 수가 없어 답답했습니다. 아내는 비염에 기관지가 좋지 않은 터라 증세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도 큰 딸, 둘째 딸 병간호에 밥 차리기, 집안일 등  병세가 호전될 틈도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장모님께 아내를 입원시켜야 한다고 건의(?)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장모님이 한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애들은, 나는"


엄마라는 직업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할 일을 해야 하는 극한 직업임에 틀림없습니다. 14일 만에 만난 가족은 특별했습니다. 잘 이겨내 준 가족이 고마웠습니다. TV에서 말하는 무증상과 가볍게 넘어간다는 말은 우리 가족에겐 '해당 없음'이었으니까요. 아내는 말합니다. "당신이라도 안 걸려서 다행이에요. 많이 힘드니 조심하세요"라며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설마! 오미크론 확진


지난주 토요일 새벽, 침을 삼키는데 목이 따끈거렸습니다. 몸이 으슬으슬했습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는 "아침에 바로 OO이비인후과로 가세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당신도 지금 숙소로 떠날 채비를 해놓을 게요"


아내는 주의 사항을 일러주었습니다.

여보, 병원에 가면 사람들이 많아요. 가급적 거리 유지하구요. 그리고 확진되면 증상을 물어볼 거예요. 그러면 당신 증상보다 조금 오버해서 말해야 해요. 기침에 열, 콧물과 코막힘, 근육통, 오한, 몸살 등 다 있다고 하세요. 그리고 당신 바로 숙소로 가야 하니 일주일 동안 약 처방 부탁하시구요. 몇 시간 후면 운전하기 힘들 정도로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거예요. 빨리 서두르세요.    


불안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는 걸까요. "확진입니다."

사무실에 사실을 알리고 밀접 접촉자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일이 막상 내일이니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머리에선 계속해서 사이렌이 울리고 몸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아내에게 확진이라고 말하자 아내는 슈퍼우먼으로 변신했습니다. 1시간도 못되어 10일 치 먹을 식재료를 다 챙기고, 일회용품, 과자, 물, 내가 좋아하는 빵까지 준비해두었습니다. 아이들과 인사 나눌 겨를도 없이 그렇게 1시간 거리의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미크론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1일 차는 오한과 근육통으로 기력이 없고, 2일 차는 주룩주룩 콧물과 무한 기침, 3일 차는 근육통과 된 기침, 4일 차는 몸살, 5일 차는 열남 등 하루가 다르게 증상이 뱐화무쌍했습니다. 약을 먹고 자는 것이 최상이었습니다. 입맛은 없고, 움직일 힘도 없고 혼자 밥 챙겨 먹는 것도 버거웠습니다. 아내가 싸준 된장국이 없었더라면 물 말아서 계속 먹었을 테니까요. 가끔 통화하는 지인들은 내 목소리 듣고 많이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먼저 경험했던 아내의 디테일한 조언이 없었더라면 타지에서 끙끙 앓으며 약 처방도 불편했을 상황을 맞이했을 겁니다. 놀라운 건, 아내가 오미크론 걸렸을 때 남편이 걸릴 걸 예측했다는 사실 입니다. 병원 다녀온 길이 40분 내외임에도 꼼꼼하게 챙겨둔 걸 보고 궁금했었습니다. 사랑이란 그런가 봅니다. 내가 아프면서도 누군가가 덜 아프기 바라는 맘으로 미리 준비를 해둔 것입니다. 아내의 민첩한 대처가 아니었으면 여러 사람 힘들게 할 뻔했습니다. 이른 아침 병원 검진부터 1시간 내 완전무장으로 숙소 이동 그리고 따로 약을 처방받지 않고 몽땅 받아서 가료하는 일까지.... 사랑의 힘은 정말 위대합니다. 그런 아내가 자꾸 책에서 나오라고 합니다. 그런 아내가 글쓰기에서 나오라고 합니다. 안 나올 이유가 있겠습니까. T T  ->   ^)^   



사랑을 받는다는 건


이러다가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밥은 먹었는지, 몸 상태는 어떤지 실시간 물어보는 아내와 가족 그리고 내일처럼 걱정하는 지인들.... 내가 살아있음을 절감하게 해 준 분들입니다. 직장 상사는 과일을 보내주셨고, 다른 상사는 족발을 사 오셨습니다. 지금도 족발을 전해주며 하신  말씀을 잊을 수 없습니다.


 "혼자 있을 때 아픈 것이 제일 서럽더라. 입맛 없어도      

  먹으면서 힘을 내야 하더라. 억지로라도 꼭 먹어라"  


평소 표현을 안 하던 상사라 감동의 여운은 오래 남았습니다. '감정 봉인 해제'는 진심을 담은 말과 행동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주는 분들에게 더 잘해야겠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기에는 너무 아까울 테니까요. 이런 마음 오래가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쉬는 한 달은 오미크론이 동행하는 때였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귀한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책에서만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 삶 자체가 공부이며 배움임을 실감했습니다. 각종 지식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과 생각이 내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휘발적인 지식에 취해있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읽고서 내 것이라 착각할 뿐입니다. 검색하며 내 것 인양 삽니다. 생각하는 힘은 갈수록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임에도.   


아내의 기지와 직장상사의 배려는 지식이 아닌 관심과 들여다봄, 즉 사랑이었습니다. 저도 사랑담은 글, 머리로 쓰는 글보다 가슴으로 쓰는 글에 방점을 두고 싶습니다. 일주일에 1~2편 쓰면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안부를 여쭙고 싶습니다.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큰 사랑을 알았으니 좀 더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 그런대로 잘 살고 있었습니다. 먼저 아파본 상사, 혼자 아픔을 이겨낸 상사가 보내준 마음선물입니다.

#안부#오미크론#사랑#감동#자가격리#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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