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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16. 2022

[일상 관찰]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어떠신가요

photo by 꽃보다 찐

오미크론과 하나 된 일주일은 명암이 있었습니다. 명보다는 암이 많았습니다. 명은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겸손해졌다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그리워할 수 있었죠. 아픈 중에도 책을 찾았다는 것은 제 삶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평생 친구임을 확인했습니다. 암은 입맛이 없고 만사 귀찮음을 처절히 경험한 일입니다. 좋아하던 커피, 먹고 싶은 음식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피해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공백을 대신해줄 동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것도 곤이었습니다.


7 만에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였습니다. 창문 틈에 배시시 들어온 햇살이 좋았습니다. 잔잔한 클래식, 텁텁한 커피도 그런대로 먹을 만합니다. 탁기 돌아가는 소리, 게으른 고양이 울음소리,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 어딘가를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멈추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엊그제 억지로라도 먹으라며 아내가 내준 고기을 했습니다. 후유증도 오래갈 수 있음을 걱정하는 눈칩니다.  아프고서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죽음을 맛보는 간접 경험이라 그럴까요. 평소는 공기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지금 공기가 특별한 건 상쾌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서섭니다. 우리는 평범한 삶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같은 패턴으로 죽음을 향한 기차에 탑승한지도 모릅니다. 언제 내린다는 기약 없이 함께 탔던 승객들이 하나둘 보이지 않음을 의식하는 정도로. 내일은 알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가 명확합니다.  


코로나는 생각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침잠하 진흙탕 같은 마음을 누그러 뜨릴 강제적인 환경이 되었습니다.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등바등하며 헛된 열정을 갈아 넣고 '다음에'를 외치며 질주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딘 날로 나무를 베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했습니다. 도끼날을 가는 시간과 적당한 휴식이 있어야 나무를 수월하게 쓰러뜨릴 텐데요. 어차피 인생은 장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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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빗소리, 툭 툭 마음에도 글에도 내렸습니다.)



몸에게 미안했습니다. 언제까지 청춘인 줄 알았던 몸이  여러 신호를 보낼 때, 몇 시간 운전을 한 후 회복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잠을 조금만 뒤척여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더 챙겼어야 했습니다. 돌이켜  40대 이후 생물학적으로 몸은 퇴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다고 틈틈이 건강을 위한 노력 게을렀으니 면역력도 좋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에게 제대로 당했습니다. "놓지마. 몸 관리"라는 엘로우 카드를 받았습니다.


인간은 지금껏 지구의 주인처럼 살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것보다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훼손을 당연히 여겼습니다. 그런 지구가 지금 화를 내고 있습니다.


최재천 교수<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에서  21세기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의 고갈, 그리고 치명적인 질병의 대유행 때문에 인간의 존재 자체가 위협 받음의 심각성을 지적습니다. 


다섯까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첫째, 강화된 생태계 보전과 복원. 둘째, 기후변화 감쇠. 셋째, 오염, 외래침입종 및 남획 감축. 넷째, 재화와 용역, 특히 식량의 보다 지속 가능한 생산. 다섯째, 소비와 폐기물 축소를 전 세계가 노력하자고 제안습니다. 그리고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 이기심과 욕망을 버리고 지구의 생명체들과 손을 잡아야 살아남는다고 목소리를 높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부터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재앙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껏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 삶에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나와 먼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만 살고 가는 지구가 아님을 생각합니다. 일주일간 혼자 생활했음에도 각종 쓰레기, 음식찌꺼기 등 가득입니다. 일회용품, 택배 박스, 포장지, 남은 음식까지 정리하니 방이 가벼워진 기분입니다. 환경 활동가는 아니지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합니다. 불필요한 물건 사지 않기, 깔끔한 분리수거, 음식은 먹을 만큼, 가급적  걸어 다니기, 세재 사용량 줄이기..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서  실천해야겠습니다. 오미크론으로 정지된 일상이 생태적 삶에 대한 고민까지 이르게 하니 명이 하나 추가되었네요.


당연하지 않은 삶에 감사하며 오늘은 천천히 봄 마중하며 살아있는 것들이 주는 기운을 느껴야겠습니다.


사람들은 많이 안다고 말하지만
보라! 그것들은 날개가  돋쳐 날아가 버렸다.
모든 예술과 과학이
그리고 무수한 발명품들이.
바람이 부는구나.
우리가 아는 것은 단지 그것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중>

#생태적전환#최재천교수#오미크론#일상관찰#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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