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대학교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 교수는 인간의 두뇌가 감당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인간관계의 최대치가 150명이라고 제시했다.던바 교수는 150명의 의미 있는 관계에 대해 '바에서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예정에 없이 함께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의 수'라고 정의했다. 당신의 인간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가?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의 수를 보자. 최근 한 달 동안 통화했던 사람, 만났던 사람은 50명 내외일 확률이 높다. 가족, 직장동료, 친구, 거래처 등 대부분 아는 관계다.
관계란 아주 심플한 것이었다. 일발적으로 주거나,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닌, 서로 주고받는 것이었다. 관계란 억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을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는 마음, 뭐라도 더 주고 싶다는 아주 사소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관계 정리가 힘이다> 중에서
앞서가는 사람은 익숙한 만남은 지양하고 새로운 만남을 찾는다. 다른 사람과의 폭넓은 교류는 자기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자주 보는 사람과는 직장 얘기, 상사 불만 토로 등 뒷담화로 스트레스 해소 목적이 주를 이룬다. 편한 사이는 부담은 없지만 평소 경험하지 못한 생각과 대화로 확장되기는 드물다.
낭비성 관계에 대해 몇 년 전 결단했던 적이 있다.학연, 지연, 나이, 입사, 학번 등으로 2~3달에 한번 꼴로 회포를푸는5개 모임이 있었다. 모임 후 돌아올 때마다 허무함이 들었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이유지만 직장의 연장선이었다. 술이 삶에 윤활유가 된다는 발상, 술을 못하는 사람은 직장 생활도 쉽지 않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매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 동기 모임을 제외하고 다른 모임은 나가지 않았다."즐겁지 않았고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이유였다. 한마디로 소비적인 모임에 끌려 살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맞춰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마시지 못하는 술을 대작하며 몸을 혹사했던 어리석음을 반복했다. 잘 보이고 싶어 남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몇 년 동안 '내가 없음'을 체험하는 인생을 살았다.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억지로 하는 행동이 익숙한 만큼 건강에 도움되지 않았다.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시간을 사용했다면 덜 후회했을 것이다.
소모적인 만남은 다음 날까지 영향을 준다.몸이 피곤하니 일의 능률도 떨어졌다. 물론 내성적인 탓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다.책과 음악, 산책과 사진이 쉼과 여유를 주는활력소였으니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크지 않았다.
식사와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다. 업무 얘기보다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떤 배움이 좋은지, 꿈은 어떤지를 나누고 싶다.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술이 없더라도.
적절한 온라인 활용
코로나 이후 대면접촉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비대면 모임이활성화되었다. 독서모임, 카톡을 활용한 사진방과 운동 인증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온라인독서모임은 매일 읽은 책의 제목과 쪽수를 올리며 하루 15분 책 읽기를 인증한다. 한 달에 한 번은 공통 도서를 토론한다. 돌아가면서 주제 발표하며 생각을 나눈다. 미리 준비된 질문을 주고받으며 지식확장을 경험한다. 평소 접하지 않는 분야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진방은 하루 찍은 사진을 올리며 회원들끼리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좋은 사진에는 환호하며 엄지척을 한다.
묘한 경쟁심이 생겨 사진을 더 잘 찍고 싶다. 사진이 주는 멈춤에 잠시 여유를 가진다.
운동방은 실천한 운동을 인증한다. 날마다 발끝 치기, 스쿼트, 걷기의 목표량을 채운다.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러나 함께 하는 사람 덕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나를 아낀다면 아낀 만큼 실천해야 한다. 건강을 관리하는 일은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
독서, 사진, 운동을 실천하며 매일 작은 성취를 축적한다. 지금껏 부담되는 환경이 나를 성장시키는 일동공신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최소한의 약속을 이행한다. 혼자 다짐하며 의지를 탓했던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효과적인 방법을 몰라서, 요령이 없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니.
커뮤니티 운영에 가장 큰 수혜자
독서 커뮤니티를 몇 년 동안 운영하면서 리더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 회원관리에서부터 콘텐츠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정보를 얻을까. 회원들의 독서습관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시집을 구입하고,매일 칼럼을검색한다. 책을 읽다 좋은 문장은 따로 기록한다. 회원들에게 알릴 책은짧게라도 요약하며 알린다. 자료를 모으며 매주 업로드를 쉬지 않았다.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마음이 곧 나를 위함이 되었다. 정보를 선별하는 눈과 자료를 편집하는 요령 그리고 독서력도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관계를 위해 누군가에게 의식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면 되기 때문이다. 내 역량을 키우면 그에 맞는 수준의 사람들이 형성됨을 믿는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현재의 익숙한 인간관계를 고수하려 한다.편안함과 안주함에 취해 산다.
새로운 관계에는 불편하다.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관계는 줄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고민하는 모습은 어떨까.
"내 주위엔 나를 성장하도록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는 물음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