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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ul 07. 2022

[시 감상] 7월의 소나무

한 편의 시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7월의 소나무

                         (강순구)

 

    칠월의

    태양빛의

    뜨거운 열기 아래


    개울가 모래밭에

    여름이 익어가고


     7월의 소나무들은

     보란 듯이 자란다


     솔방울

     달궈지고

     신음소리 내뱉아도


     하늘의 푸르름을

     쳐다보고 견뎌내며


     내면도 잘 익어간다

     단비소리 들으며


     가을날

     단풍지는

     그늘을 향하여서


     장미와  긴긴 가뭄

     바람도 이겨가며


    오늘도 걸어가리라

    뚜벅뚜벅 쉼 없이



우연처럼 시 한 편과 만났습니다. 여름이란 키워드연이 되었습니다.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 더욱 와닿는 시입니다. 푹푹 찌는 날씨가 몸의 리듬을 흩트리기도 합니다. 에어컨이 아니면 살 수 없니다. 가끔은 익숙해 가는  무섭습니다. 지금 당연한 것이 본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의문 없는 삶, 질문 없는 삶도 두렵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세상의 조류에 휩쓸려 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어쩌면 '거스름' 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라는 물음도 거스름이며 '과연 그럴까', 성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인은 7월을 연단의 시기로 바라봅니다. 내면이 영글어가는 성장의 때로 보았습니다. 마, 태풍, 뜨거, 가뭄 이겨낸 튼실한 열매들은 그 자체로 위대합니다. 인내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인생과 닮았습니다.

 

주연 같은 조연인 여름이 있기에 풍요라는 가을 드라마가 완성됩니다. 가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여름과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않습니다. 우리 삶 또한 계절의 변화처럼 내와 열매의 반복인 듯합니다.


비록 지금이 힘든 시기라 하더라도 장마가 끝나는 것처럼 햇살이 비칠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걸어갑니다. 뚜벅뚜벅 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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