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Apr 15. 2023

[시 감상]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멈추면 보이는 것들에 눈길을 줍니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굵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밥벌이를 하며 살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버텨가는 일상의 밀도만 다를 뿐 각자도생의 시대라 느껴지는 현실에서 다들 애쓰고 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이 나이 들어가며 깨달은 것이라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하루하루 쫓기듯 살다 보니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잊고 지낼 때가 있습니다. 리석게도 이 신호를 보낼 때 잠시 멈추며 돌보기를 반복합니다.


 한 편을 만났습니다. 멈추게 하는 것들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씀바귀, 제비, 그을린 할머니 얼굴, 배웅하는 어머니의 뒷모습.... 평범함 속에 보물이 가득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나무가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다만 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어디 나무뿐이겠습니까.


시인이 다시 힘을 얻은 것처럼 오늘은 쉼표를 맘껏 찾아봐야겠습니다. 뒤도 보고 옆도 보면서 해찰을 부려도 좋은 날들입니다.


#시감상#반칠환#쉼표#밥벌이#멈춤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 에세이] 순간을 잡아 둡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