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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ug 10. 2023

[일상 관찰] 성경필사의 나비효과

성경필사로 달라진 것들


성경 필사


매일 아침 시편을 한 장씩 필사합니다. 적게는 3분, 많게는 30분이 걸립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분량 가끔 부담되지만 하루시작 의식(리얼)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요동치고 불안할 때가 많았습니다. 막한 불안감은 초조함으로 몸집을 키워 하루를 갉아먹었습니다. 불안의 원천은 스스로를 무시하는 태도,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내세울 것 없고 아웃풋만 내야 하는 직장생활은 실적과 경쟁의 굴레였습니다. 그에 더해 6개월마다 환경 적응, 관계의 엇박자를 비롯하여 문제 발생과 해결 부담이 불안모드는 키웠습니다. 익숙한 것에 포위되어 낯선 것들을 밀어내는 관성도 한몫했습니다.


다양한 불안감 해소, 고육지책으로 성경 필사를 택했습니다. 처음엔 채 1분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필사 동안에는 필사만 집중할 수 있어 들뜸과 흐트러짐이 완화되었습니다. 두더지 게임처럼 불쑥 뛰쳐나온 생각에 같은 구절을 쓰는 일도 잦았습니다. 삐뚤빼뚤 글씨는 심란한 마음상태 인증이기도 했습니다.



꾸준함이 준 선물


한 장 한 장 쌓이자 조금씩 요령도 생겼습니다. 적은 분량일 때는 오른쪽 성필사를, 왼쪽에는 짧은 기도를 적었습니다. 많은 분량 때는 와닿는 문장을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하루 문장을 삼았습니다.


경은 구약의 창세기부터 신약의 요한계시록까지 총 66편으로 구성되어 각자 특징이 있습니다. 크게 구약은 오실 예수, 신약은 오신 예수에 대해 쓰인 책입니다. 그러나 서대로 필사하기 내용과 분량이 적합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율법서, 역사서, 예언서 등은 인내심을 시험하며 금방

지쳤습니다.


구약 성경은 배경지식 없이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쉽게 이해되는 시편, 잠언, 욥기, 요나와  신약은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 등 4대 복음서 위주로 옮겼습니다. 성경 연구가가 아닌 이상 성경의 가르침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구속사 관점에서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으로, 죽음과 부활로 관조하는 것은 은혜의 영역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5개월마다 반복되는 시편 필사로 정했습니다. 시편은 150편으로 나뉜 찬양의 책입니다. 감사, 회개, 고통과 환난 등 내용이 다양합니다. 그 자체가 기도이며 묵상의 샘물입니다. 시편에 곡을 붙이면 찬송이 되고, 읽으면 기도이며 묵상은 명상이 됩니다. 또한, 은유와 상징 등 문학적 가치도 높아 많은 작가들 찾는 영감 소재이기도 합니다.


필사는 불안함의 처방이었지만 그 이상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매일 성찰과 나와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힘들 때는 위로와 격려를, 지칠 때는 큰 그늘이, 머리가 무거울 때는 기분전환으로 화답했습니다. 특히, 지인에게 말씀 나눔은 관심과 사랑의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성경 필사는 손으로 하는 기도입니다. 울림주는 구절은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밑줄을 긋습니다. 그중 선별해 매주 묵상 내용을 지인과 나누며 안부를 묻습니다. 필사는 5년 남짓, 성경 말씀 나눔은 4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오늘도 필사로 아침을 맞습니다. 떠오르는 이름을 되뇌며 그들의 안녕을 기도합니다.


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는 아침, 성경필사가 가르쳐준 큰 선물입니다.


#성경필사#시편#리츄얼#일상관찰#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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