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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Sep 15. 2023

[문장 산책] 살아오면서 익숙했을 만도 한데

작은 실천의 힘, 익숙한 것과 거리두기 진행 중


"살아오면서 익숙했을 만도 한데 아팠다가 회복되면 주위의 모든 것이 산뜻하게  다가온다. 오감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감각들이 되살아 나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예술적 상상력> 중


운동장 트랙을 뛰었던 기억이 4년 전이다. 끔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생각뿐이었다.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6주간 교육받을 기회가 생겨서다. 교육 둘째 날부터 기를 시작했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걷다가 5일째부터 천천히 뛰었다. 1킬로를 달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안 쓰던 근육이 놀랐던지 일부 통증도 있었다. 촌놈 마라톤을 수없이 경험한 터라 욕심내지 않았다. 조금씩 꾸준한 것이 오래가 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 영양제에다 챙겨 먹은 약도 늘었다. 뱃살은 처지고 몸무게는 늘었다. 눈은 주 침침하고 야간운전은 쉽지 않다. 백내장 초기... 서글픈 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 건강을 돌보지 않은 채 몇 년간 몸을 혹사했다. 억력도 마찬가지다. 람이름, 숫자, 날짜는 기록해야만 실수하지 않는다. 수롭지 않은 일도 자꾸 의식해야만 한다. 늦게 잠을 자거나 잠을 설치면 다음날은 여지없이 공회전을 한다. 조금만 무리해도 회복이 더디다.


현대인은 익숙함과 AI 알고리즘에 종속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검색한 지식은 잠시 빌려 쓴 것임에도 내 것 인양 착할 때가 많다. 쉽게 얻은 지식은 금방 휘발된다.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감사자본주의에 대해 신랄하게 경고한다. 의지의 영역을 비웃는 기술(?)들은 정처 없이 정보의 바다에 유영하게 만든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하버드 경영대학의 명예교수인 쇼사나 주보프는 <감시자본주의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책에서 인간의 경험을 원자재 삼아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경제에 ‘감시자본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잉여적인’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소비자가 지금, 곧 미래에 무엇을 할지 예측하는 상품을 만들어내 수익을 얻는 자본주의를 뜻한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핵심적인 활동은 감시다.
출처 - 경향신문. 20.7.4.


책을 읽는다. 지루할 때도 많지만 행복을 느끼는 때도 있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주로 부정보다 긍정이 지배한다. 나의 부정성과 삶의 찌꺼기의 독성이 빠지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소비하는 시간보다는 생산하는 시간으로 이어지도록 메모하고 글을 쓰고 나눈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는데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자극에 대한 나의 반응 바꿀 수 있 뿐인데.


책을 많이 읽는다고 다 기억나지 않듯, 선곡한 음악도 긴가민가하다. 읽었던 책을 다시 사게 된 기억도 있다. 손에 핸드폰을 든 채 핸드폰을 찾느라 두리번 거린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허둥지둥하며 옆 사람을 불안하게도 한다. 아직도 의지만 앞선 채 서두름이 몸에 배여 행동 할 때도 있다. 고육지책으로 약 먹는 시간 알람 설정, 여분의 약 가방두기, 메모확인. 하루 일정 체크....


오늘도 여전히 울퉁불퉁한 나를 만난다. 타인이 보는 모습과 내가 바라보는 모습의 간극 차가 큼을 인정하면서. 은 성취를 채워가면서


더 나은 반응을 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


#문장산책#책#실천#익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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