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안다. 나를 향한 질문이 그저 개인의 호기심이나 흥미 유발을 위한 땔감을 구하기 위한 것인지. 나의 본질을 알아봐 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나를 봐주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올바른 질문을 건네는 사람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 <박혜연, '맺힌 말들' 중>
적절한 질문, 마음여는 열쇳말
심리 상담은 말에 마음을 정확하게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과정과 다름없다고 한다. 상담까지는 아니라도 지친 이에게 '관심 갖는 일'은 가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평소 대화나 SNS에서 이상 신호를 자주 잡는 편이다. 평소와 다른 부정적인 말투, 날카로운 단어 등에 물음표를둔다. 일 때문인지 관계의 문제인지적절한 질문으로 마음을살핀다.막힌 물꼬가 터질 때면 10분, 30분 혹은 그 이상도기다린다. 어느순간"자기 얘기만 했다"며 미안해한다. 먼저 판단하거나 정리하지 않는다.좋은 말 대잔치나가짜 공감을 경계한다. 경험상, 잘 들어주기만 해도 한결 나아졌다.
잘 듣는 것, 연습이 필요
제대로 듣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30대까지 아내는 "내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고 제발 집중 좀 해" 라며 타박했다.내 반복적인 행동이분노 게이지를 높였다. 사고는 내가, 뒷수습은 아내의 몫이었다. 나의 이기적인 태도가 문제였다. 솔직히 인정하지 않은 채 어깃장만 놓았다. 마치 긴 터널에서 라디오가 찌직 거리는 것처럼 아내의 말이 내 수신기에 와닿지가 않았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대하니 다투는 횟수가 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낭비했다.서로 무시하며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아내가 자주 짜증 내는내용을 기록하며 하나씩줄여갔다. 사랑한다면서 그에 대한 마음씀은 서툴렀다. 요즘은 아내말을 귀담아서 듣는 편이다. 말할 때 눈을 맞추며 대화에 집중한다. 애매한 부분은 확인하며 오해를 줄인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상황을 설명한다.아내마음이 소중해서다. 사격할 때 영점이 조금만 틀어져도 과녁에서 빗나가는 것처럼 가급적 아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사랑도 깊어진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의 시구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임"을 떠올린다.
작은 실천, 한걸음 걸어보기
몇 년 전에 써둔 버킷리스트에는 매년 '1명 이상 후배 성장시키기'가있다. 함께 근무했거나지금 같이 일하는 후배를 챙기며 시나브로 응원한다. 문제 해결에 도움 되는 내용을 나누고 가끔은 책을 선물한다. 지쳐 보일 때면 입맛을 돌게 하는 맛집을 찾는다.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건너도록 동료들에게 깨알 홍보도 잊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직장 생활에서 특히 힘든 점은 '나 혼자'라는 생각이었다. 혼자만 야근할 때, 어려울 일을 혼자감당할 때, 앞이 막막해 포기하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상의할 누군가가 그리웠다. 마음을 토로할사람만 있어도 숨통은트일 것이다.
6년 전 공무원 대상독서커뮤니티를 만든 이유도무관치 않다. 숨 쉴 구멍을 만들고 싶었다. 인풋 없이 아웃풋인 환경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책을 통해 일어났던 경험이 자산이 되었다, 소비하는 삶에서 생산하는 삶으로 나아갔다. 울창한 숲길을 헤매다 우연히 찾게 된 명소를 혼자 보기 아까워 진입로를 만드는 노력이랄까. 그 오솔길을 함께 걷다 보니 어느덧 등산로가 된 것 같다.
직장생활로 지쳐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곳, 힘을 얻는 곳이길 바랐다. "읽은 책을 나누자"라고 시작했던 몸짓이 나비 효과가 되었다. 하루 15분 책 읽기 운동, 독서 소모임, 저자와의만남, 좋은 정보 나누기로 진화했다.모닝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매일 방문해 기운을 얻는분도 생겼다. 특히, 커뮤니티가 독서습관에 도움이 된다는 메일을 받을 때면 운영에 보람을 느낀다. 그가 변화를 이끄는 모티베이터가 될 수도 있어서다. 누구나 걷지 않는 길이라도 작은 발걸음이 내딛을 때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