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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해빗p -나 ] 울퉁불퉁 하지만 괜찮습니다.

나라는 이야기

by 모티

나를 알아가기


일상을 기록하고 배움을 즐기며 작은 성취를 이뤄가는 삶이 좋다. 일어나면 물 한잔으로 몸을 깨우고 머리맡에 둔 책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멈추게 하는 문장에 집중하며 나눌 내용은 따로 옮긴다. 시편 한 장을 묵상하며 짧은 기도를 마친다. 30분 남짓, 하루 여정을 위한 준비 단계다.


3년 전, 승진 목전에서 부담이 컸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매일 짓눌렀다. 일에 파묻혀 성과는커녕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다. 투입 없이 산출해야 하는 여건이 야속했다. 것을 입에 물고 의자에만 있으니 몸이 둔해졌다.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이 번갈아 신호를 보내며 목표를 위협했다. 물에 젖은 장작처럼 불을 태울 수가 없었다. 언제 멈추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10년 전의 전조였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넘어지고 회복까지 많은 대가를 치렀었다. 끌려가다가 삶에 주도권을 내어주며 생기를 잃어갔다. 왜 넘어졌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복기했다. 끌어가는 삶을 위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하루 2%(30분)를 적립하자였다.

비운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27세 나이에 동생의 권유로 화가로 되기로 결심한다.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 800점의 유화를 비롯해 1,000점이 넘는 스케치를 남겼다. 비록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의 발자취는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 “위대한 성과는 소소한 일들이 모여 조금씩 이루어진다”라는 그의 철학은 꾸준한 '습관'과 ‘노력’의 산물이다.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이라 정의한다. 2009년에 발간된 <유럽 사회심리학 저널>에 따르면 습관을 만드는데 평균 66일이 걸린다. 신경 경로를 만들어 강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내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독서는 4년, 일상 기록은 1년, 만보 걷기와 영어 회화는 8개월, 감사 일기 등 기본 습관을 만드는데 6개월이 걸렸다. 독서습관으로 시작한 그 습관들이 오뚝이의 중심처럼 나를 일으켜 주었다. 은 습관은 고래가 수면에 나와 물을 뿜는 것처럼 꿈을 향한 숨구멍이 된다.




2023년 기준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는 총 6만 2865권으로 하루 평균 172권이 출간되었다. 매주 2권을 읽는다고 해도 1년에 100권이다. 바닷가의 백사장과 같은 정보 속에서 개인 지식은 한 줌 모래도 되지 않는다. 그 한계를 느낄 때 손을 배운다. 모르는 것을 배워가며 를 열며 유연함을 기른다.

‘또 다른 나’


난 새로운 것에 저항이 크다. 낯선 것을 유독 경계한다. 안 되는 걸 찾아 기존 방식을 고집한다. 보다 못한 아내는 "당신은 새로운 것을 유독 어려워한다. 막상 부딪히면 대수롭지 않으니 먼저 해보라.”며 걱정할 정도다. 편안 것에 익숙한 항상성이다. 초등학교부터 진득하게 하는 게 없이 하고 싶은 것만 집착했다. 해야 하는 일, 배워야 할 기본 소양은 쌓지 않았다. 별명이 '용두사미'였던 이유다. 기초를 닦지 않고 건물만 세우려 했다. 그래선지 20대 후반의 직장 생활은 30대 중반까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자업자득이었다.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고, 상관에 따라 퇴보되는 경우도 있었다.


몇 달 전 직장 워크숍에서 행동유형 테스트. 5가지 유형인 ‘완벽해야 해’, ‘타인을 기쁘게 해야 해’, ‘열심히 해야 해’, ‘강해져야 해’, ‘서둘러야 해’ 유형 중 난 ‘타인을 기쁘게 해야 해’였다. 타인에게 공감은 강점이지만 때론 지나쳐 에너지가 자주 고갈될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강사는 이런 유형은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울퉁불퉁한 모습까지도

2023년 10월, 다시는 넘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실력을 키우지 않은 채 빠르게 얻으려는 욕심이 화근이었다. 칭찬에 목말라하며 남을 의식했다. 과대평가하며 살았다. 타인지가 낮았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만큼 에너지가 소진됐다. 남들은 출근하는 때 집에 있는 것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아내와 어린 자녀에게 비친 내 모습이 참담했다. 평범한 일상도 내 역할을 감당할 때 가능했다. 남보다 몇 배는 더 뛰어야 한다는 강박감 속에 몇 년을 살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등대 같은 책을 만났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 나눔을 실천하는 전문가, 삶을 가꾸는 생활의 달인을 만나며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말하는 내가 되었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화이트 마운틴'을 보게 되는 거죠. 그것도 멋진 풍경이에요
<김용석, 회사 밖 나를 위한 브랜딩 법칙 중>

네팔의 세르파는 히말라야 고지대에 거주하며 등산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 히말라야 등반객은 날씨에 따라 기대했던 풍경을 보지 못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허탕 쳤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네팔 사람들은 그것을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내게 실패가 그랬다. 실패를 재해석하면 값진 경험이자 성장 동력이 되었다. 결과는 바꿀 수 없어도 내 관점은 바꿀 수 있어서다.


고 쓰는 나', '찌질한 나', '울퉁불퉁한 나', '비교하는 나' 모두 나의 일부다. 어찌 맑은 날만 있겠는가. 비 오고 때론 태풍도 거치며 세상은 돌아간다. 삶도 크게 보면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반복된다.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내 삶엔 주연으론, 누군가의 배경에는 조연으로 역할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자책이라는 참깨에서 성찰이라는 기름을 짜내면서.


워크숍에서 스스로 뽑은 문장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두 문장을 내게 주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여”,


“조급한 마음은 잠시 내려둬도 괜찮아”


#코어해빗#습관#울퉁불퉁#글쓰기#성장#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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