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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해빗p-도전] 무대 위에서 나는 배운다

선배의 바통을 이어 후배에게 전하기까지

by 모티


전화 한 통, 마음에 불이 붙다


“공무원 신규자 100명을 상대로 멘토링 2시간 가능할까?”“제가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재개발원에 있는 선배의 전화였다. 몇 달 만에 안부를 나누던 중, 예상치 못한 제안에 잠시 얼어붙었다.


“자넨 책도 좋아하고 글도 쓰니 후배들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야. 주제는 공직멘토링인데, 천천히 고민하고 모레까지 연락 줘.”


전화를 끊자마자, 공무원 합격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처럼 심장이 꿍꽝거렸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에 보상처럼 느껴져 껑충껑충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선배 앞에서는 머뭇거렸지만, 가끔씩 상상했던 모습이었다.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이룰 수 있다”라는 월트 디즈니의 말이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20년 전 신규자 교육을 받을 때의 기억이다. 당시 지도교수님은 부드러운 말투와 유쾌한 유머, 세련된 옷차림까지 겸비한 ‘만찢남’이었다. 전하는 메시지는 어록처럼 깊었고, 여자 동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인물이었다. 넘사벽인 선배는 교육 수료식 날 말했다.


“성장을 원한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먼저 실력을 키우고, 자신을 브랜딩 하라.”


그날 이후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라는 꿈을 품었다. 그 끈을 놓지 않은 채 20년이 흘렀다.



기쁨은 잠시, 밀려오는 불안의 파도


기쁨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어제의 도파민은 어느새 아드레날린으로 돌변해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전문 강사들도 어려워하는 걸 내가 한다고?” “후배들의 시간을 괜히 뺏는 건 아닐까?”

“2시간이나 되는 강의를 어떻게 채울 건데?” “최악이면 어쩌려고? 강의 평가도 있는데?”


현타였다. 욕심부린 건 아닐까. 아직은 때가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다. 선배는 나를 ‘믿고’ 제안한 것이다. 선배와 인연은 특별하다. 3년 전 팀장으로 모실 때 매일 단거리 경주하듯 살아가던 내게 완급조절을 가르쳐 주었다. 아침에 드립 커피를 주시며 "잠시 숨 좀 돌리자"라고 했고, 번번이 삽질로 돌아간 보고서 뒤엔 시 한 편을 건네며 위로해 주셨다. 선배가 준 기회를 잘 살리고 싶었다.


“난 전문 강사가 아니다. 다들 큰 기대도 없겠지.”


다만, 먼저 걸어본 길이니, 적어도 ‘피할 길’은 말해줄 수 있었다. 좌충우돌했던 경험과 책에서 얻은 지혜, 그리고 후배들의 성장을 바라는 진심을 담는다면 평균은 될 것이다. 그것이 선배가 바라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8년 전 정례조회에서 도지사 앞에서 브리핑했고, 2년 전, 동료 사무관 앞에서 세바시 콘셉트로 선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5km 달리기였다면, 이번은 하프마라톤이다. 준비 없이 대충 나섰다가 대충 얼버무리는 흑역사로 기억되질 않도록 다짐했다.


“그래, 정면 돌파다.”


이틀 후, 선배에게 연락했다.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대로,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과거 기준으로 40시간 플랜을 짰다. 다른 점은 이번엔 오롯이 혼자라는 점이다. 자료 조사부터 PPT 구성, 스크립트 작성과 발표 연습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은 무대 위의 청중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삶이 곧 강연이 되도록


제목은 ‘슬기로운 공직생활’이다. 지식을 넘어 지혜를 전하고 싶다. 내가 겪은 실패와 극복경험, 그리고 체득한 감각들을 한 올 한 올 엮어 후배들에게 입히고 싶다. 욕심을 내자면, 후배들의 마음에 언제라도 타오를 수 있는 ‘동기부여’라는 불씨를 남기고 싶다. 강연 고수들은 자주 말한다.

“좋은 강연을 하려면, 먼저 삶이 빛나야 한다.”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내가 감동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울림을 줄 수 없다.”

이론에서는 공직의 가치와 역할, 일과 삶의 균형, 경쟁력 키우는 방법 등을 전하고, 실전에서는 보고서 노하우, 역량 개발 팁, '나비 프로젝트(애벌레–번데기–나비)' 소개, 퍼스널 브랜딩을 포함한 실질적인 내용을 다룰 것이다. 특히 핵심 포인트는 ‘책 읽기’와 ‘글쓰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공직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AI로 대체되는 시대, 표현력과 사고력이 떨어지면 도태되는 건 시간문제여 서다.



바보새, 알바트로스처럼


알바트로스는 ‘바보새’로 불린다. 긴 날개 때문에 땅에서는 비틀거리기 일쑤고, 날아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일단 하늘에 오르면 달라진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활공한다. 육지에선 우스워 보였던 새가 하늘에서는 가장 멀리, 가장 아름답게 비상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저마다의 잠재력을 품고 태어난다. 다만 아직 자신의 무대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느려도, 어설퍼도 괜찮다. 그 안에 이미 ‘비상의 씨앗’이 있음을 모를 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주저했고, 넘어졌고, 스스로를 의심했다. 기초가 없어 책을 붙잡았고, 좋은 습관으로 마음근육을 키웠다. 좋은 만남 속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며 나만의 방향과 속도로 지금껏 걸어왔다.


지금, 나는 무대라는 하늘 앞에 서 있다. 긴 날개를 믿고 펴보려 한다. 가수들이 수천 번을 연습하고, 배우가 꿈속에서도 대사를 외우듯 나도 그렇게 준비 중이다.

후배들에게 말할 것이다. “너도 날 수 있어. 네 안에도 날개의 힘이 있어. 하늘은 네가 비상하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20년 전, 선배가 내게 바통을 건넸듯이 이제는 내가 바통을 들고 누군가 앞에 설 것이다. 심장은 힘차게 뛴다. 나는 날 준비가 되어있다. 높은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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