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어해빗 p] 나다움을 찾는 여정

인위적보다는 자연스럽게

by 모티

영상에서 떠오른 질문


몇 년 전, <팬텀싱어 2>의 강형호 씨 무대를 반복해서 시청했다. 그는 음악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디션에 도전했다. 팬텀싱어는 각 분야의 숨은 실력자를 찾아 크로스오버 남성 4 중창을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화학 회사를 다니며 노래의 로망을 놓지 않고 기회를 잡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는 소프라노와 테너를 넘나들며 ‘The Phantom of the Opera’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무대를 즐기는 모습에 모두가 매료되었다. 마치 그의 무대는 오리라 여겼던 백조가 힘차게 비상하듯 아름다웠다. 꿈을 향해 걸어온 간절함이 오롯이 전해졌다. 그의 도전은 ‘나다움’이란 질문을 떠오르게 했다.

죽음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우리의 삶은 수많은 끝과 시작을 담기에 충분해서 지난주, 지난해, 혹은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푸름이 밀려온다 중>

최근 지인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죽음이 내 삶으로 들어왔다. 멀게만 여겼던 죽음, 피상적 이해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겨졌다. 죽음의 그림자는 우선순위를 바꿀 만큼 강력하다. 남겨진 시간은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독서 모임에서 “비석에 어떤 문구를 남기고 싶은가?”라며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하지 않을 것을 하지 않는 자유를 누리다.”

“빛과 소금의 삶을 살다.”

“소풍 같은 인생살이” 등 저마다 바람을 표현했다.


죽음에 더 깊이 생각해 본 계기는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접하고 서다. 주인공은 죽음 앞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 본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겉만 번지르했던 허상, 그의 죽음을 계산하는 가족과 동료의 실체 앞에서 주인공은 격분한다. 현실을 인정하며 지난 삶을 후회한다. 마지막 순간, 그는 타인을 향한 사랑과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며 평온히 눈을 감는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삶이 선명해졌다.

어둠이라는 배경이 있어야 빛이 구별되듯 죽음은 곧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돋보이게 하는 주연 같은 조연이다. 라틴어 격언 중 “메멘토 모리”는 원정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해주는 말로 '죽음을 기억하라'며 언젠가는 패배할 수 있음을 일깨우는 삶의 지혜다.


나에 대한 무지


어렸을 때부터 ‘나답게 산다’라는 말을 곧잘 하면서도 ‘나’에 대해 몰랐다. 아내는 종종 “당신은 모르는 것에도 불편을 느끼지 않고 참 편하게 살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 입장에서 헤아려 보았다. “육아와 집안일을 아내에게 맡기며 소극적인 내 태도가 보기 싫었을까”, “익숙한 것만 고수하는 모습이 짜증 났을까” 아내가 바라보는 내가 궁금했다.


임재성 작가는 “자신이 무너뜨리는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할까? 내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꼬리를 무는 질문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였다. 그래서 몇 년 전 매일 한 일, 아쉬운 점, 속상한 일, 감사한 일, 마음 상태 등 6개월 이상 메모했다. 기록은 나의 패턴, 강점과 약점, 개선할 부분을 말해주었다. 과거의 총합이 현재의 나라면 되고 싶은 나를 위해 하루를 어떻게 보내냐는 지가 명확해졌다.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비추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또 다른 나’와 얘기를 나누며 나다움을 찾고 있다.


나다움에 대하여


1988년 미국의 엘로스톤 국립공원에 큰 산불이 났다. 46만 평 이상을 태운 엄청난 산불로 원인은 빽빽한 숲의 마찰로 인한 자연발화였다. 생명이 다 죽어갈 때 불길이 닿기만을 오래도록 기다려온 나무가 있었다. 로지풀 소나무 솔방울은 평상시는 발아하지 않는다. 산불이나 고온에서만 발아하는 독특한 나무다. 산불이 난 이후 번식에 유리한 토양을 이용하는 생존본능의 신비로움이다. 2013년 8월 마음의 산불이 크게 나고서야 내게도 로지풀 소나무 같은 성장 씨앗이 있음을 깨달았다. 먼저 황량한 마음밭부터 갈아야만 했다. 우거진 덤불과 뿌리 깊은 잡목들을 뽑아내는 노력은 쉽지 않았다. 익숙한 것, 잘못된 습관을 끊어내려 할수록 부정적인 자아는 완강히 저항했다. 힘들 때마다 운명처럼 만난 몇 권의 책에 의지하여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 10분 독서의 힘>, <딸에게 힘이 되는 직장생활 안내서>, <메모 습관의 힘>, <일독 일행 독서법>,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은 마치 은인처럼 필요한 때 좋은 영향을 주었다. 햇살 같은 문장을 필사하며 마음에 새겼다. 끌려가는 삶을 끌어가는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넘어졌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삶의 주도권을 찾고 싶었다.


내게 ‘나다움’이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나만의 방식으로 사는 태도라 생각한다. 나다움은 완성형이 아닌, 매일 조금씩 채워가며 다듬어 가는 과정이다. 서로의 다름은 존중되고 다양성은 인정되고 각자가 삶을 사랑한다면 나다움의 여정은 빛날 것이다.

#코어해빗 #나다움#깨달음#질문#자기 계발#성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