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Oct 10. 2020

[일상 관찰] 브런치와 동행한다는 것

바쁜 일상 속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

글을 쓰는 것이 행복


글을 쓰는 시간이 충분한 때가 있었다. 15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앞만 보고 달음질쳤던 삶에서 장기 교육이라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멈출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교육 기간 절반이 사라지는 아픔도 겪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운 없는 기수라 불렸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책 읽기와 글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담금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그동안을 부대끼며 만회하는 기회로,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키워가는 회복의 과정이었다.


코로나 환경이 아니었다면 브런치와 동행하는 시간은 결코 주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러닝메이트처럼 나와 함께 호흡하며 작가의 꿈을 이어가도록 도와주는 가슴 떨리는 친구였다. 현실 안주하고 과거의 게으른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브런치의 글은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을 주었다. 사연 가득한 글을 읽으며 느끼고 공감하며  나의 삶에 끌어오기도 하였다.


"지금 얼마나 감사한 환경인가"  

"사람 사는 모양은 비슷하구나."

"아픔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손님이다."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떤 노력을 하였을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어떻게 살았나"


내가 하고 싶어 선택한 길이었기에 한번 해보자는 다짐으로 내게 허락된 3달 동안을 벼리었다. 나와 비슷한 때 시작했던 몇몇 분들은 짧은 기간에도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꾸준한 노력과 정성 그리고 간절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글쓰기 기초체력과 생각 근육이 부족한 나로서는 넘지 못하는 큰 벽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땅을 개간하고 씨를 뿌리지 않으면서 열매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욕심이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쉽게 생각하고 무작정 쓰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일구지 않는 토양에 씨앗을 대충 뿌리고 자라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독서 근육을 키운다고 했지만 을 쓰는 것과는 잘 연결되지 않았다. 읽는 책이 비례하여  앎의

지평도 조금씩 확장되었지만 쏟아지는 지식의 방대함의 속도에 위축되기도 했다. 독서의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계속 걷는 불안감과의 지난한 싸움이기도 했다. 그런 때 브런치는 나의 상태를 일깨우는 죽비가 되어 주었다.



작가들은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하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말처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있어야 읽고 쓸 수 있다는 핑계와는 멀어져야 한다. 어쩌면 글을 쓰는 것은 의지와 노력 그리고 간절함을 뼛속까지 새겨야 할 고통일런지도 모른다. 특히, 사는 것과 글은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과도 마주해야 한다. 


황무지를 개간한다는 마음으로 4월부터 3일에 한 편씩은 글을 쓴다는 각오로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했다. '일상 관찰', '북 리뷰', '책 읽는 공무원이 미래를 바꾼다(책 공미)'라는 테마를 정해 차곡차곡 하나씩 채워 갔다.


'북 리뷰'와 책공미는 최소 5시간 이상의 초안을 잡은 후에 몇 번의 퇴고를  거쳐야 하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글쓰기에 빠져 있는 때는 지루함의 고통뿐만 아니라 행복한 성취와도 마주하는 글쓰기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갔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몇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거친 글들이 조금씩 맵시 있게 다듬어졌다. 온 신경을 손끝에 모아 '발행'이라는 단추를 누르는 순간은 찌릿하다. 내가 쓴 글에 좋아요와 댓글, 조회수 증가와 구독 알림을 상상하는 설익은 욕심도 생겼다. 이제 걸음마를 하면서 걷고 뛰는 사람들과 비교했으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쁜 중에도 좋아하는 일을 위해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꺼트리지 않는 일이다.   


글을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흩어진 꽃잎에 사랑이라는 의미를 만들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변화된 직장 여건은 업무량은 늘어가고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100미터 질주하듯이 그렇게 살았다. 꿈처럼 보낸 지난 몇 달을 더 그리워하면서.


요즘은 어쩔 수 없이 장문을 쓰기보다는 소소하게 일상을

관찰하며  자연, 사람, 책에서 작은 감흥을 찾아 의미를  붙이는 선에서 글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무엇인가 집중한 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거기에 성장과 나눔이라는 가치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6월에 갔던 제주도 올레길, 그 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자연을 만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관찰]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순간 남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