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해빗 p-호기심] 오디션 프로그램에 끌리는 이유

호기심 발작, '슈스케와 우리들의 발라드'

by 모티
네이버 이미지 캡처


1. 내 안의 호기심


나는 유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마음이 끌린다. 단순한 취미라 하기엔 그 끌림의 결이 조금 다르다. 시작은 십수 년 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슈퍼스타K〉(슈스케)였다. 케이블 방송의 한계를 뚫고 시청률 3%를 돌파하며 전국을 오디션 열풍으로 물들였다. 전국 8개 지역과 해외에서까지 예선이 열렸고,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대’라는 꿈을 향해 몰려들었다. 당시 케이블 방송에서 시청률 2%는 ‘꿈의 숫자’였지만, 슈스케는 그 벽을 무너뜨리며 지상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우뚝 섰다.


2010년 시즌2에는 134만 명 중 단 11명만이 본선에 오르는, 0.0008%의 ‘바늘구멍’ 경쟁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매주 TV 앞에 모여 참가자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인기의 비결은 단순한 실력 경쟁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노래 서사’에 있었다.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고 꿈을 향해 노래하는 청년, 음악을 통해 아픔을 치유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특히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하던 허각이 시즌2에서 우승하던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무명 시절의 지난한 시간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고, 그 무대 위에서 터져 나오는 진심은 화면을 넘어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매주 방송을 챙겨보며, 어느새 나도 그들의 여정에 함께 걷고 있었다. 오디션 무대는 누군가의 인생을 단숨에 바꾸는 통로였지만, 동시에 실력과 서사만으로 감동을 써 내려가는 ‘진심의 무대’였다.


슈스케의 성공은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MBC 〈위대한 탄생〉, 프로 가수들의 진검 승부 〈나는 가수다〉, 화제를 몰고 온 〈K팝스타〉, 힙합의 무대 〈쇼미 더머니〉, 모창 대결 〈히든싱어〉, 그리고 크로스오버 남성 4 중창을 발굴한 〈팬텀싱어〉까지. 이후 〈내일은 미스트롯〉으로 트롯 열풍이 이어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디션의 무대는 유튜브와 SNS로 옮겨갔고,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슈스케 시절’의 떨림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다시는 그때처럼 가슴이 뛰는 무대를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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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들의 발라드’가 다시 건드린 마음


그러던 중, 최근 〈우리들의 발라드〉가 다시 나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K팝스타〉를 기획했던 PD들이 다시 뭉쳐 만든 이 프로그램은 80~90년대의 발라드를 요즘 청년들의 목소리로 다시 부르는 콘셉트다. 150명의 일반인 평가단 ‘탑백귀(Top 100, 뜨는 노래를 귀신같이 찾는 사람)’의 100명 이상에게 공감을 얻어야 예선을 통과할 수 있고, 9명의 연예인 평가단도 1인 1표로 솔직한 감상평을 나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참가자의 연령대였다. 2015년생 초등학생부터 26세 청년까지, 평균 나이 18세의 참가자들이 40~50대의 학창 시절을 수놓았던 발라드를 부르는 장면은 세대를 잇는 다리와 같았다.


김광석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 40대의 객석은 자연스레 그 시절 교정과 골목길로 돌아갔고, 20대 청년이 부른 90년대 명곡은 ‘추억’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감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무대 위의 발라드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언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참가자 최은빈의 이야기였다. 과거 영상이 화제가 되며 외모 악플로 힘든 시기를 겪고, 결국 음악을 포기했던 그녀가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다시 부른 순간이었다. 그 노래에는 설움과 고통을 이겨낸 시간이 응축돼 있었다.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였다. 가사처럼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청중들은 숙연한 공감 속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다시 노래를 시작한 한 사람의 ‘회복 서사’였다.



3. 오디션에 매료된 이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매료되는 이유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한 곡의 노래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노래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불안한 미래 앞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버텼는지, 어떤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는지 알고 싶어진다. 마치 책을 읽다 어느 순간 작가의 생애가 궁금해지는 것처럼, 나는 무대 위의 참가자들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어진다. 잘 부르고 못 부르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서사이자 우리의 감정을 흔드는 진심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오디션에 도전하는 그 용기가 아름답다. 실패를 감수하고도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어놓는 순간, 그들의 떨림은 고스란히 나의 감성을 흔든다. 음악 오디션을 본다고 내 삶이 거창하게 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메마른 일상에 쉼표가 생긴다. 무심코 흘려듣던 노랫말이 마음에 스며들고, 눈을 감고 순간을 즐긴다. 호기심은 그렇게 마음의 창을 열고 닫힌 일상에 숨구멍을 낸다. 그리고 잊고 지냈던 감정을 다시 깨운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한 음이 나의 하루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다음은 또 어떤 목소리가 나의 마음을 흔들까. 무뎌진 감성이 반응할까 기대된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나와 연결되는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오디션 무대는 결국 ‘목소리로 만나는 삶의 이야기’이자, 나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도파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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