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해빗 P-용기] 멈춤, 나를 들여다보는 용기

삶의 물길을 바꾸는 전환점은 작은 실천부터

by 모티


만약 사람이 단시간에 변할 수 있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책, 사람, 그리고 환경을 떠올릴 것이다. 새로운 지식, 다른 사람과의 만남, 낯선 환경은 마치 멈춰 선 시계태엽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듯, 정체된 삶을 깨우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2014년, 공무원교육원이라는 새로운 근무 환경이 바로 그런 '나를 벼리는 대장간'이었다. 5개월의 휴직 후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다시 발을 들였을 때, 스스로 '다신 넘어지지 말자'를 간절히 되뇌었다. 그러나 의지는 늘 가볍고, 실천은 언제나 무거웠다.


고통의 터널에서 마주한 심연

​고통의 터널을 지나며 마음에 새긴 말은 "쉽게 빠르게 얻은 것은 내 것이 되지 않는다"였다. 스스로 던진 수많은 질문 끝에 도착한 깨달음이었다. 몇 개월에 걸친 '나를 알기 위한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결핍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과 두려움, 후회와 우울을 쏟아내며,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흐릿한 심연과도 마주했다. 상처는 많았고, 마지못해 '괜찮은 척' 버텨왔던 삶의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결국, 삐걱거리다가 멈춘 기계처럼 그대로 멈춰 섰다. 그리고 나서야 고장 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낮은 메타인지, 즉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힘의 부족'이었다. 사소한 기록들이 모이자 일정한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마치 기초대사량이 부족해 쉽게 살이 찌는 체질처럼, '나를 아끼지 않는 습관'이 만성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만큼 상처는 깊었고, 성난 파도처럼 나를 자주 덮쳤다. 자해한 것처럼, 결국 피해자는 나 자신이었다. 멈추는 일, 바라보는 일, 마주하는 일, 이 모든 일에 용기가 필요했다.


​살면서 어느 지점에서는 마치 산길을 걷다가 길을 잃은 것처럼 당황한 때가 생긴다. 산악인들은 계곡을 피하고 능선을 향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다닌 흔적과 조망을 확보할 수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해서다. 나 역시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삶의 능선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반복된 의지 대신 환경 속으로 '풍덩'


스스로 내린 진단은 곧 처방이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은 책과 공부로 대신했다. 관계에 치중하며 밖에서 보냈던 시간을 가족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바꾸었다. 에너지가 뺏기는 모임과 관계는 의식적으로 줄이며, 소중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삶을 단순화시켰다.


​인간이 환경에 쉽게 영향받는 존재라면, 좋은 환경 속에 나를 두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크게 생각했다. 결심을 자주 반복하던 패턴을 멈추고, 차라리 나를 바꿔줄 환경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독서 모임에 가입하고, 자기 계발 모임에 참여하며 다양한 전문가와 교류했다. 그들의 삶에서 배운 가르침을 하나둘 삶에 적용했다.


​세상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생기고, 씨앗을 뿌려야 열매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천하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은 바로 이 '환경' 속에 들어가는 용기였다. 회피하고 싶은 순간보다 성장하는 것을 생각했다.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의 일이다. 삶의 물길도 이와 같다. 개울물의 물길을 바꾸고 싶다면, 작은 돌 하나씩 쌓아 물길을 바꾸면 된다. 그 노력이 모여야 비로소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돌 하나를 옮기는 것처럼 나의 태도를 조금씩 바꾸자, 시나브로 삶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도전하면서 아픈 깨달음은 넘어지기 전의 태도였다. 일이 무거워질수록 미뤘고, 회피하자 투덜거림으로 이어졌다. 마무리는 더뎠고, 두려움도 함께 자라났다. 돌아보면, 무한 아웃풋을 요구하는 조건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의욕만 앞세우면, 그 불균형이 조직과 동료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도 덤으로 배웠다.


다시 기본부터 접근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 '부족함을 인정하고 조금씩 채우기' 등 필요한 수고와 시간을 감당했다. 시간이 걸려도 꼼꼼하게 처리하려 했고, 실패에서 배우는 경험을 자산으로 삼았다.


숙련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만든 축적의 결과였다. 성장의 고통을 견디는 것,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며 조금씩 걸어가는 것. 그 모든 일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마주한 용기의 얼굴이었다.


​용기의 완성,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나아가기


​두려움에서 도망치지 않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마침내 변화의 환경 속으로 들어갔던 시간, 그 용기가 삶을 바꾸어 주었다. 이제는 막연한 다짐에 기대지 않는다. 변화는 꾸준히 작은 성취를 쌓는 구체적인 행동에서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공부하고 성장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되었고, 이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공무원 행정망에서 책 읽기 커뮤니티 개설, 독서 소모임, 글쓰기 모임 등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작은 능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운영자의 고충도 이해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어떤 활동이든 내 역할을 찾았다. 처음엔 에너지가 들었지만 어느 순간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삶의 태도가 바뀐 후 나타난 기적이다.


환경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 그것은 무너졌던 삶을 다시 세우고, 점점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고갱이였다. 불안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오늘도 지금 있는 곳에서 꿋꿋이 걸어간다. 지금 걷는 이 발걸음이, 언젠가 길을 잃고 멈춰 설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작은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서.

#코어해빗#글쓰기 #묭기#습관#변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