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만보는?
매일 만보를 걷거나 달린다. 목표는 단순하다. 365일, 빠짐없이 이어가는 것. 올해 세운 수많은 계획 중, 묵묵히 나를 지켜내고 있는 유일한 약속이다.
몇 년 전, 나는 오래 앉아 있는 삶에 갇혀 있었다.
몸은 늘 무거웠고, 피로는 쉽게 걷히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식탁 위에서 풀렸고, 숫자는 체중계 위에서 쌓여갔다. 건강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생활이라 불렀다. 변화를 결심하고 식단과 운동을 시작했다. 체중은 줄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숫자에 일희일비하며 오히려 더 흔들렸다.
그때 한 선배가 말했다.
“체중이 아니라, 몸의 밀도를 보라”
그 말은 나를 멈춰 세웠다. 같은 숫자라도 몸의 내용은 다를 수 있다는 것. 나는 비로소 ‘얼마나 가벼운가’가 아니라 ‘얼마나 단단한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만보였다. 만보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게 지켜준다. 두 달을 걷지 않았을 때, 나는 바로 알았다. 만보는 내 몸의 ‘기본값’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묻는다.
"나는 왜 만보를 걷는가."
내게 만보는 단순한 걸음 수가 아니다. 자주 움직이겠다는 다짐이고, 내 삶을 발로 살아내겠다는 의지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짧은 거리도 걸음을 선택하며, 틈나는 대로 몇 백 보를 채우는 일.
그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하루를 바꾸고, 결국 나를 바꾼다. 오전에 3천보 남짓, 점심 후 20분 정도를 걸으면 5천보가 된다. 틈틈이 5분씩 걸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저녁 후 40분은 걷거나 뛰며 채운다. 걷기를 이어가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숨이 길어졌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도 대략 걸음수를 예측하기도 한다.
요즘은 읽기에서 쓰기로 넘어간 것처럼 달리기로 확장했다. 아직은 주로 트레드밀 위지만, 한 시간을 달리며 생각한다. 이 체력은, 사실 걷기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만보 채우기는 내게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비가 와도 걷고, 햇살이 좋으면 풍경을 즐기며 채운다.
만보는 내 하루의 리듬이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
그래서 오늘도 만보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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