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갈매기의 꿈>

4부의 비하인드

by 민선미

유명한 고전의 특징은 읽어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미 알기에 다수는 읽었다고 착각을 하는 책들이 있다. 이번에 독서모임에서 다시 읽은 <갈매기의 꿈>이 그랬다.


— 함께 읽는다는 것, 그리고 높이 난다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


《갈매기의 꿈》은 읽을 때마다 나에게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이해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단지 자기 계발서로 용기에 관한 우화로 읽었다.

남들보다 조금 다르게 날고 싶었던 한 마리 갈매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려 했던 존재의 이야기였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넌 할 수 있어. 평범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허락이 필요했다.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야기의 중심이 달라 보였다.

혼자 날아오르는 장면보다 다시 돌아와 가르치고 기다리는 장면이 오래 남았다.

깨달음은 혼자만의 성취가 아니라

누군가와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나단이 말하는 사랑, 한계 그리고 가르침을 또 하나의 업(業)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이해했다. 러나 지금은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한 갈매기의 꿈은 현대사회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야 하는 인생관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고, 그 선택 앞에서 반복해서 나의 한계를 경험한다.


그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과 그 한계를 의심해 보는 사람의 삶은 결국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매일 새벽, 독서모임 선배님들과 함께 책을 읽은 지가 어느덧 8년에 들어섰다.

각자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나누고 ‘본깨적’으로 생각을 꺼내놓는 시간 속에서 항상 같은 감각을 느꼈다. 내 생각대로 읽은 문장보다 더 멀리 확장된다는 느낌이었다.


혼자 읽을 때, 책은 나의 경험만큼만 말해준다. 하지만 함께 읽을 때는 타인의 삶을 빌려 나에게 말을 건다.


누군가의 질문 하나가 내가 그냥 지나쳤던 문장을 다시 붙잡게 하고, 누군가의 해석 하나가 내 생각의 경계를 넓혀준다.


책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사유를 멈추지 않는 방식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함께 읽는 독서는 단순히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 아니라 사유의 높이를 함께 올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문장,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말 역시 그렇게 함께 읽는 시간 속에서

더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더 멀리 보기 위해서는

더 높이 날아야 한다는 도전과 성공의 문장처럼 느껴졌다.


매일 연습을 반복하는 조나단의 비행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이 문장은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계발, 종교적 영적메시지, 인생공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


조나단은 먹이를 더 잘 찾기 위해 날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날지 않는다.

그의 비행은 언제나 더 가치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독서모임 리더의 질문 Q:

나의 꿈과 부모님의 바람이 달랐던 경험이 있나요? 그때 어떤 결정을 내렸나?


누구나 당연히 있을 거라는 확신을 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숱하게 하였고 늘 순종적으로 따르는 입장이었다. 후에 후회에 미련에 원망을 하였지만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야 부모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나단의 날갯짓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고,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였다.

높이 난다는 것은 남들보다 앞서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반복해서 마주하고 그 한계를 의심해 보는 일에 가깝다.


멀리 본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힘이다. 이번에는 이 문장을 성공을 독려하는 문장으로 읽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왜 나는 매일 같은 질문을 붙잡고, 같은 사유를 반복하며 살아가는지를 스스로에게 설명해 주는 문장이다.


반복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도 않지만 분명 나를 다른 방향으로 데려갔다. 다시 읽은 《갈매기의 꿈》은 더 이상 희망을 외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너는 지금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니면 날 수 없는 이유를 외부에 두고 그저 흘러가며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마 이 책은 앞으로도 읽을 때마다

또 다른 얼굴로 나에게 올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다시 이 책을 열어 메모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책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삶과 사유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높이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출간된 <갈매기의 꿈>에는 없는 4부의 이야기가 실려있어서 이 책을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게 이유다.

갈매기 조나단의 부족이 해안에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많은 갈매기들은 조나단이 전해준 메시지를 이해하고 비행을 연습하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황금기는 지나고 비행을 가르쳐주는 목표가 변화하면서 비행을 수련하는 새들은 사라졌다. 마지막 4부에서 저자가 남기는 메시지는 심오했다.

결국 살아가는 데 있어서 관계의 중요성을 말했다. 평범한 갈매기들 속에서 함께 날고, 함께 머무는 일체감이 있어야만 어디에서든지 살아남는다였다.


조나단은 비행의 비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각자가 스스로의 속도와 방식으로 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현대에 필요한 '나답게'사는 삶이 떠올랐다. 수많은 정보시대에 따라가려니 버겁고 가만히 있으면 뒤쳐지는 불안시대에 함께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