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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기자의자동차생활 Jun 24. 2018

쉐보레 이쿼녹스, 살만한 차일까?

쉐보레 이쿼녹스 1.6디젤이 드디어 국내에 출시됐다. 판매부진으로 시장 철수 가능성(실제 철수 직전까지 갔던...)까지 제기됐던 한국GM이 내놓은 비장의 카드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띄었다. 우여곡절 끝에 소비자 앞에 선 신차는 망해가던 회사를 일으킬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차의 상품성을 들여다보면, '이번에도 쟁쟁한 경쟁자들을 상대하기에 다소 역부족이 아닌가'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비싸다. 신차의 판매가는 2987만~4240만원. 가격때문에 그렇게 곤혹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은 찾아 볼 수 없다.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중형SUV시장의 절대강자이자 경쟁모델 중 하나인 현대차 싼타페와 비교해보자. 싼타페 2.0디젤의 판매가는 2895만~4185만원이다. 이쿼녹스 1.6디젤 대비 진입장벽도 낮고 최상위 트림 값 역시 저렴하다. 분명 비싼 이유가 있을 거라고? 전혀. 이쿼녹스 1.6디젤은 싼타페 2.0디젤보다 차체도 작고 성능도 부족하다.

이쿼녹스 1.6디젤의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 4650x1845x1695mm, 휠베이스 2725mm다. 싼타페 2.0디젤과 비교해서 길이는 120mm 짧고, 너비는 45mm 좁으며, 높이는 10mm 낮다. 휠베이스도 40mm 모자라다. 크기는 실내 공간을 좌우하고 나아가 다목적 차량 쓰임새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그게 중형SUV라면 더더욱.

파워트레인은 이쿼녹스 1.6디젤이 1.6디젤에 6단 자동을 조합,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를 발휘한다. 싼타페 2.0디젤은 2.0디젤에 8단 자동을 맞물려 최고 186마력, 최대 41.0kg.m를 낸다. 차이는 크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GM도 할 말은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쿼녹스의 디젤유닛은 1.6디젤이 전부이기 때문. 다만, 소비자는 그런 것까지 신경써주진 않는다.

이외 안전편의품목 측면에서도 싼타페의 우위는 이어진다. 섀시통합제어, 후측방충돌회피지원, 부주의운전경보, 차음유리(앞유리·옆창문), 듀얼머플러, 패들시프트, 뒷좌석커튼, 퀼팅나파가죽시트, 공기청정기능 등등. 이쿼녹스에 없는 것들을 알뜰살뜰 챙겼다. 상황이 이러니 이쿼녹스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비교 대상을 조금 낮춰보자. 르노삼성 QM6 2.0디젤. 애초에 한국GM도 싼타페 2.0디젤보다는 QM6 2.0디젤과 맞붙길 원했다. 먼저 크기를 살펴보면, 이쿼녹스가 살짝 우위를 보인다. 실내 공간에 큰 영향을 끼치는 휠베이스가 QM6보다 20mm 더 긴 덕분이다. 작은 차이지만, 이 작은 차이가 거주성을 높여주기도, 낮춰주기도 한다.

다음으로 파워트레인. 이 부분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쿼녹스 쪽 선택지가 1.6디젤 하나뿐이라 다소 불리하다. QM6 2.0디젤은 CVT를 결합해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8.7kg.m를 발휘한다. 이쿼녹스 대비 출력은 41마력, 토크는 6.1kg.m 높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이쿼녹스 1.6디젤의 한 가지 장점은 연비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2.9km로, QM6 2.0디젤보다 리터당 1.2km 효율적이다(싼타페 2.0디젤과 비교해서는 리터당 0.9km 높다).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니란 점은 흠이다.

안전편의품목은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쿼녹스 1.6디젤이 갖고 있는 걸 QM6 2.0디젤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가격은 어떻게 될까? 이쿼녹스 1.6디젤은 2987만~4240만원, QM6 2.0디젤은 2770만~3510만원이다. 최상위 트림 기준으로 무려 730만원 차이다. 공간 하나 약간 넓은 거 치고 지불해야 할 돈이 크다. 이쿼녹스 미래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입차라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이유를 들며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말하고 말하다가 망할 뻔한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사실상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차는 그 값어치를 할 때, 팔릴까 말까다. 비쌀거면 그 값에 충족할 만한 상품성을 갖춰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값을 낮추면서 '가성비'로 치고 나가야 한다. 특히, 국산차 시장에선 이런 소비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비싸도 팔리는 수입차 시장과는 체질 자체가 다르다 이 말이다. 


이쿼녹스를 수입차 시장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까? 한국GM이 수입차 시장만 바라보고 이 차를 갖고 왔을까? 절대 아니다. 당연히 더 큰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차다. 결국 국산 중형SUV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값만 비싼 게 현실이다.

한국GM 쉐보레 이쿼녹스 살꺼면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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