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읍에 있던 동물원에 대한 기억은 물개사육장의 비린내로 시작한다. 입구에 있었는지 어땠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유치원에서 소풍을 가던 엄마랑 형이랑 가던 항상 시작은 그 냄새였다. 오래된 연못에서 날 법한 어둡고 이끼 많은 비린내.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가는 날은 생활에 쫓기는 엄마가 기분을 전환하는 날이었고 그런 날이면 엄마는 옅은 미소를 종일 지으셨다. 그런 엄마가 좋았다.
동물원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거의 항상 짜장면을 먹었는데 대식가답게 그 나이에 짜장면 한 그릇은 혼자서 책임을 졌던 게 기억난다. 형과 내 앞에 짜장면이 나오면 볶아진 야채냄새, 볶아진 춘장 같은 달달하고 녹진한 냄새가 돼지기름 냄새와 함께 올라왔다. 형이랑 반찬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됐고 각자 앞에 있는 그릇에만 집중하면 됐다. 게다가 유일하게 엄마가 많이 먹는다며 다그치지 않는 식사였다.
머리가 크고 삶에 쫓기면서 그랬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누가 뭘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짜장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짜장면 먹는 걸 좋아한다. 그게 날 편안하게 하고 위로한다. 이맘때 짜장면은 엄마 생각을 달래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따금 물어봐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