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태영 Jul 29. 2017

엽면시비의 오해와 진실 1

그 첫 번째

 얼마 전에 모 농업기술센터에서 주최하는 과채류 농가 대상 세미나에 초청되어 다녀왔습니다만, 제가 설명을 드리고 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엽면시비에 대한 내용입니다. 

 엽면시비만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는지, 엽면시비는 어떻게 줘야 하는지, 특정 성분을 어떻게 엽면시비로 주는지 등등..... 그런데 저는 그때마다 거꾸로 농가들에게 질문합니다.

"엽면시비를 하면 작물이 어떻게 흡수를 하는지는 생각해보셨어요?"


 자, 오늘은 엽면시비에 대한 얘기를 잠깐 드려볼까 합니다.


 시중의 많은 비료들이 엽면시비를 추천하고 있습니다만, 이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하는 회사나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런 업체들의 영업 직원들이나 연구 담당자들과 만나서 얘기해보면, 의외로 업계에 시비 관리나 제품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놀라게 됩니다만, 우선 엽면시비의 장단점부터 다시 알아볼까요?


 아, 그전에 엽면시비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답은 Spray?

여기서 국내 업체들의 오역과 그걸 그대로 농가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오해가 시작됩니다.

 엽면시비는 영어로 foliar application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말 그대로 잎의 표면을 통해 양분을 주는 방법이지요. 그런데 이걸 spray와 헷갈린다는 말이지요.... spray는 말 그대로 용매에 녹여 흩뿌려주는 방법인데, 이는 잎에도 꽃에도 줄기에도 과실에도 땅바닥에도 어디에도 해당되는 방식입니다.


자 잠시 돌아갔습니다만,


* 엽면시비의 장점

- 빠른 흡수 : 특히 NPK나 미량요소 결핍이 보이는 경우 엽면시비로 빨리 공급됩니다.

- 불량 환경 극복 : 환경 불량으로 뿌리 흡수가 어려울 때 엽면시비로 공급 가능합니다.

- 작물보호제나 다른 영양제들과 같이 한꺼번에 공급 가능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디서나 들으실 수 있는 얘깁니다. 그러나 아래 얘기는 잘 안합니다.


* 엽면시비의 단점

- 엽면시비로는 양분 공급량이 한정적입니다 :

 즉, 사람으로 치면 아픈 환자에게 링거 맞혀서 밥숟가락 들 때까지 돕는 역할을 할 뿐이지, 체력을 길러 불끈불끈 아령 들도록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즉 엽면시비는 어디까지나 토양시비의 보조적인 수단일 뿐임을 우선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토양시비가 불충분하면 엽면시비의 효과에 한계가 빨리 옵니다 :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이런저런 영양제가 당장 큰 효과 없듯이, 식물에게도 일단 충분한 기본 양분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가끔 한여름에 하우스 농가들을 만나보면 식물 자체는 질소과잉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별 성분도 안 들어있는 엽면 시비제만 주는 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그럴 때마다 NPK부터 맞추시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 거꾸로 토양시비와 환경관리가 충분하면 엽면시비의 효과는 잘 안 보일 수 있습니다 :

 이미 건강한 사람은 따로 비타민을 챙겨 먹어도 뭐가 좋은지 잘 모르듯이, 토양 시비관리가 제대로 된 작물에게는 엽면시비 효과가 잘 안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비료를 어떻게 엽면시비하느냐에 따라 그냥 둘 때보다는 상품성이 더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하시는 거지요. 이래서 보통은 농작물 가격이 잘 나오는 해에 엽면 시비제가 많이 팔립니다.

- 엽면 시비된 양분은 잎에서 말라서 날아가면 효과 끝입니다 :

 엽면 시비하여 잎에 촉촉이 묻어있어야 흡수가 진행되는데, 이게 말라서 잎에서 이탈되면 효과는 거기서 끝입니다. 그래서 전착제라는 잎 부착 보조제들이 팔리기도 하고, 어떤 제품들에는 그런 성분이 아예 같이 함유되어 있기도 합니다.


 자 여기까지 보셨으면 이제 엽면시비의 오해를 하나씩 풀면서 그 흡수 원리를 알아볼까요? 그전에, 엽면시비의 기본 원칙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1. 진하게

2. 오래오래


 즉, 엽면시비의 가장 큰 원리는 잎 표면에 묻은 농도차에 의한 흡수입니다. 즉, 잎 상부의 큐티클 층에 묻은 양분의 농도가 높으면, 그 농도가 낮은 잎 안으로 흡수되어 체관을 통해 식물의 각 부분으로 이동 공급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엽면시비제는 잎이 타지 않을 만큼 높은 농도로 주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당연히 양분이 물에 녹아 잘 흡수되는 형태로 오래 잎 표면에 붙어있을수록 좋겠지요. 그런데, 다음의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1. 엽면시비는 잎 뒷면의 기공을 통하여 흡수하는 과정이다?

-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이는 맞기는 하지만 의미가 없는 과정입니다.

- 그런데 어떤 분들은 엽면시비시 기공(숨구멍)이나 공변세포(기공 주변세포)를 통해 양분이 흡수되기 때문에 분무기 노즐을 일부러 거꾸로 하여 준다고 합니다만, 의미 없습니다. 2014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Newag International WSF conference의 발표에 의하면, 질산칼륨을 엽면시비했을 때 기공을 통한 흡수율은 0.00005%에 불과하다는부분이 있습니다. 엽면시비로 공급되는 양 자체가 매우 적은데 그나마도 저 정도 비율로 흡수된다면 '하나마나'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엽면시비는 잎 상부의 큐티클 층을 통한 전면 흡수가 가장 중요합니다.


2. 엽면시비는 500~1,000배로 희석해서 주면 된다?

- 우리나라의 엽면시비 제품들과 달리 외국 비료업체들의 카탈로그나 설명 자료들을 보면, 500~1,000배라는 희석배수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체로 일반 화학성분들로 구성된 WSF(수용성 비료)로 엽면시비하는 경우 추천 희석배수는 1%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표현으로 치면 100배 희석입니다. 놀랍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500~1,000배를 추천하는 이유도 일리는 있습니다. 우선 농가들은 비료 한 종류만 엽면시비하는 게 아니고, 2~3종류의 작물보호제 및 다른 비료들과 또 섞어서 분무합니다. 그러다 보니 용액의 농도를 높이다 보면 EC 자체가 높아져서 자칫 잎에 해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분쟁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희석배수를 권하는 거지요. 

- 두 번째는 엽면시비는 보통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해야 좋은데, 날 뜨거운 7월 어느 날 점심 막걸리 한 잔 걸치고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니 적당한 희석배수를 추천해드려도 고온 때문에 장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 겁니다. 업체들이나 지도기관 입장에서는 그런 골치 아픈 상황을 피하려면 그냥 500배~1,000배 희석하라고 추천하는 것이고, 또 선배들이 그렇게 떠들고 다니니 비료업체의 후배들도 그냥 의심 없이 앵무새처럼 따라 하시는 경향이 있더군요(제가 이런 얘기하면 '약해 나면 책임질 거냐고' 윽박지르는 공무원도 계시더군요. 시험 한 번이라도 해 보고 말씀하시면 좋으련만....)

- 더 재미있는 점은, 관주 재배하시는 분들의 상당수 역시 희석배수에 대한 질문을 하십니다. 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설명드리지요.


 정리하자면, (일부 특수한 제품을 제외하고) 일반적 비료의 엽면시비는 최소한 500배 이하 희석을 기준으로 하시되 다른 비료나 약제와의 혼용 시에는 이를 가감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혼용된 액은 미리 몇 주의 작물에 쳐 보고는 문제가 없을 수준에서 최대한 주시는 것이 좋고, 되도록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을 택하여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은 편식하지 않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