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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29. 2017

엽면시비의 오해와 진실 2

칼슘의 엽면시비

 앞서 비료에서 가장 중요한 3요소는 질소, 인산, 칼륨이라고 설명 드렸습니다만, 상당수 농가분들의(그리고 적지 않은 비료 판매자들 역시) 비료 이해도는 질소> 칼슘> 인산> 칼륨 순이 아닐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에게나 식물에게나 워낙 신문, 방송, 세미나 할 것 없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영양소 중 하나가 칼슘이고, 누구나 '칼슘은 튼튼하게 만든다' 정도는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시중 농약상이나 농협에 가면 기본적으로 칼슘제는 몇 종류씩 구비되어 있고, 그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질산칼슘, 염화칼슘, 유기태 칼슘, 나노 가공 칼슘, 패화석 칼슘 등등...

 자, 그러면 이 칼슘은 어떤 것이나 아무렇게나 줘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까요? 


 칼슘을 어떻게 주느냐를 말씀드리기 전에, 칼슘은 식물을 어떻게 튼튼하게 만드는지부터 설명드려야지요. 

 

 자, 여기 두 개의 500ml 생수병이 있다고 치고요, 1번 병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생수병이고, 2번 병은 알루미늄으로 된 보온병입니다. 이를 땅바닥에 놓고 밟으면 어떤 것이 더 잘 찌그러질까요? 

 네, 당연히 1번 플라스틱 병이 더 잘 찌그러지겠지요. 이런 식으로 껍데기(세포벽)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칼슘이 합니다. 동물에게는 뼈를 튼튼히 하지요.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튼튼하다는 효과가 있는데요, 이번엔 동일한 플라스틱 생수병 2개인데요, 1번 병에는 물이 꽉 차있고 나머지 2번 병에는 물이 반만 차 있습니다. 이걸 땅바닥에 두고 발로 밟으면 어떤 병이 더 잘 찌그러질까요? 

 네, 당연히 물이 반만 담겨있는 2번 병이겠지요. 이럴 때 우리는 2번 병이 더 튼튼하다고 하지만 이는 껍데기가 튼튼해서가 아니라 내용물인 물이 가득 담겨서입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칼슘이 아니라 주로 칼륨입니다. 

 요약하자면, '칼슘은 딱딱하게' '칼륨은 빵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요, 둘 다 작물을 튼튼하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칼슘이나 칼륨 둘 다 양이온(남자 성분)들이기 때문에, 어느 한 성분만 많이 주게 되면 다른 성분의 흡수가 떨어지게 됩니다. 둘이서 서로 흡수되려고 싸우는 형상이 되는데, 많이 준 녀석이 더 많이 흡수될 확률이 높겠지요? 그러다간 자칫해서 껍데기는 질긴데 과육이 형편없어 맛이 없거나, 과육은 잘 발달했는데 잘 터지는 과실이 생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양분은 항상 필요량만큼 적절한 비율로 골고루 주는 것이 정답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약 10년 전 국내의 모 비료 업체에서 '역병 예방 영양제'라고 출시하여 떠들썩한 일이 있었습니다. 농약으로도 잡기 힘든 역병을 영양제가 잡다니... 게다가 믿을만한 전문지에서까지 광고를 하니 농가들은 반신반의하며 이를 사들였고 경쟁사 영업사원들은 그 정체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굴렀다지요. 

 결국 누군가가 관계기관에 '농약 효능을 내세운 비료의 부당 광고'로 제보를 하여 조사를 한 결과, 이 제품은 그냥 일반적인 액상 석회로 밝혀졌는데, 이 업체의 관계자 얘기는 '어차피 칼슘이 작물체를 튼튼하게 하면 역병이 덜 오지 않겠냐'는 식의 반론을 했다고 합니다. 밥 잘 먹으면 병 안 온다는 식의 논리인데, 병이라는 게 과연 밥만의 문제인가요?

 결과적으로 이 제품의 판매는 단 6개월여 판매에 그쳤지만, 아마 그동안 본 수익은 행정처분으로 인한 벌금의 수십 배는 될 것입니다. 


 얘기가 잠시 딴 데로 빠졌습니다만, 칼슘의 이런 중요한 효과 때문에 다른 비료는 좀 빼더라도 칼슘제는 항상 싸구려라도 끼워넣기 마련인데요, 여러분은 칼슘제를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농가나 농협 모임에서 이 질문을 하면 열에 일곱 분 이상은 '낙화 후부터 물에 500~1,000배씩 타서 엽면시비로 준다'고답을 하십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그렇게 해오셨다면, 그건 아까운 칼슘제로 잎만 튼튼하게 한 셈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농가가 이 부분을 가장 궁금해합니다. 난 왜 칼슘제를 농약 줄 때마다 같이 쳤는데도 배꼽 썩음이 멎지 않지? 고추 끝에 왜 계속 타들어가지? 등등..... 


자, 지금부터 다음을 잘 따라 읽으시기 바랍니다. 

- 칼슘은 체관을 통해 이동할 수 없습니다. 

- 칼슘은 뿌리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지는 양분입니다.

- 칼슘은 많은 양이 필요하므로 엽면시비만으로는 모자랍니다. 


 앞서 식물체에 대한 설명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뿌리에서 흡수한 양분이 이동하는 물관은 잎의 기공까지 뻥 뚫려있는데 반해, 잎에서 흡수한 양분이 이동하는 체관은 마치 대나무 속처럼 칸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양분과 달리 칼슘은 좀 덩치가 커서 이 칸막이들을 잘 통과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칼슘은 이 칸막이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인 인산과 반응하여 불용성으로 변하여 더더욱 이동이 안됩니다. 

 따라서 칼슘은 타 양분들과 달리, 잎으로 주더라도 체관을 통해 식물체 여기저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곳으로 알아서 보충되지도 않습니다. 칼슘은 어디까지나 뿌리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지는 양분입니다. 그래서 그 결핍 증상은 항상 잎 끝, 과 끝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칼슘은 황, 마그네슘과 함께 % 단위로 많이 필요한 2차 비료성분이며 오이, 고추, 참외 등 연속으로 착과 되는 과채류의 경우는 칼륨의 50%까지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에 절대로 엽면시비에만 의존해서는 충분한 양이 공급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칼슘은 생육 초기부터 꾸준히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뿌리로 주면서 꾸준히 체내에 쌓아 올려가면서 주어야 그 결핍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엽면시비는 아예 효과가 없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칼슘을 뿌리로 꾸준히 주면서 엽면시비로도 보충해주면, 엽면시비로 인해 칼슘제를 흡수한 가지나 잎에는 이미 칼슘 성분이 들어차기 시작해서 굳이 많은 양의 칼슘이 이동하지 않아도 되므로, 뿌리로 흡수된 칼슘 성분이 더 신속히 식물의 끝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즉, 칼슘의 엽면시비는 분명 '흡수'효과를 통해 뿌리를 통한 칼슘 흡수를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엽면시비된 칼슘이 체내에서 이동하지는 않으므로, 엽면시비에만 의존하면 불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경험들 없으신가요? '아 집 근처 농약사에서 비싼 돈 주고 칼슘제를 사다가 쳤는데, 하루 새에 잎이 파랗게 되면서 발딱 서길래 효과 좀 보나 했는데 토마토 배꼽 썩음은 계속 나와...' 

 이는 질소와 칼슘이 들어있는 비료를 엽면시비한 까닭입니다. 대표적인 원료가 질산칼슘입니다만, 질산태 질소를 맞으니 당연히 잎은 진한 녹색으로 변할 것이고, 칼슘은 잎에서 흡수는 잘 되었으나 딴 데로 잘 이동하지 못하니 잎만 빳빳해진 채 새로 달리는 토마토에는 효과를 못 보는 거지요. 

 이럴 때는 농약사를 욕하지 마시고, 되도록 토마토에 직접 맞히는 것이 상수입니다. 다만, 토마토가 어릴 때는이 방법이 효과 있으나 어느 정도 커져버리면 과피 층이 두꺼워져서 역시 흡수가 잘 안되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토마토 배꼽썩음병 - 칼슘 결핍

 좀 더 나아가서, 어떤 칼슘제가 좋냐는 문의도 많습니다만 물에 잘 녹는 칼슘이면 웬만하면 뿌리가 잘 흡수합니다. 인산칼슘처럼 물에 녹였는데 그냥 가라앉는 제품이나, 무슨 조개껍데기를 나노 가공했다고 하여 물에 녹인 후 몇 시간만 지나도 바닥에 침전이 생기는 제품들은 굳이 돈 주고 사지 마시기 바랍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물에 녹아서 이온화되는 양분들만이 식물이 바로 먹고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다른 양분도 그렇지만 눈에 잘 보이는 것이 칼슘이다 보니 칼슘 결핍이 생기면 무조건 칼슘제만 사다가 치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 전에 앞서 말씀드렸던 재배환경 - 토양, 수분, 온도 등에 대한 부분을 먼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김치찌개도 사우나 안에서는 한 그릇 다 비우기 힘들듯이, 과습, 건조, 고온, 저온, pH 등 식물의 뿌리가 제대로 뭘 먹기 힘든 상황이라면 백약이 무효합니다. 그리고, 칼슘은 양이온이기 때문에 적절한 양의 음이온 양분이 있어야 흡수가 잘 되는데, 이러한 양분 균형이 깨져도 흡수가 어려워지는 등 칼슘 결핍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문제들은, 농가들이 환경제어를 할 수 없는 노지보다도 제대로 된 시설재배에서 더 많이 생깁니다. 특히 칼슘은 작물의 증산작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식물체 내로 이동하므로, 한여름에 천창 측창 다 내린 비닐하우스 내에서는 문제가 제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신네 제품 사다가 하라는 대로 쳤는데 하나도 효과 없어!'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하우스 환경관리부터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돈 아끼는 방법 하나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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