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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30. 2017

가을엔 감사 비료

수고했어, 나의 사과나무

 이미 포도, 복숭아, 대추 등의 대부분은 아마 추석을 기점으로 수확을 마친 상황에서, 상당수 농가들은 이제 감사 비료를 고민하실 겁니다. '감사 비료'란 수확을 마친 과수의 수세 확보 및 월동을 대비하여 주는 비료인데요, 영어로는 thanksgivingapplication이라고 합니다...... 농담이고요, post harvest application이 맞는 표현입니다. 

 

 얼마 전 모 지도기관의 뉴스레터를 보다가 '과수의 감사 비료는 질소질 위주로 요소를 주고, 인산과 칼륨은 그 절반쯤 주세요'라는 내용을 보고는 '참 현장을 모르는 얘기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6년 현재, 정부의 비료 보조금이 유기질비료와 퇴비에만 적용되다 보니 기비는 물론 감사 비료마저 상당수 농가가 유기질 비료를 그냥 땅바닥에 뿌리는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한술 더 떠서, 귀농하여 어렵게 어렵게 자리를 잡으려 애쓰시는 블루베리 농가들도 막연히 '유기질 비료 = 유기농'이라는 등식을 떠올리며 유기질 비료만 줍니다. 과연 그게 좋은 선택일까요?


 일단 감사 비료의 종류를 논하기 전에, 감사 비료는 언제 줘야 하는지 가 더 중요합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토양에서 양분의 이동은 수분의 흡수 이동과 동시에 진행되는(mass flow, 집단 유동) 양이 가장 많고 빠르기 때문에 이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식물의 잎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증산작용, 즉 잎에서 기공(숨구멍)을 통해 식물체내의 수증기가 잘 빠져나가 줘야 아래쪽 뿌리를 통한 물과 양분의 이동이 좋아지는데, 감사 비료 역시 식물 잎의 활력이 떨어지기 전에 줘야 식물 체내에 제대로 이동하여 저장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월동을 하든지 내년에 쓰든지 할 수 있겠지요. 감사 비료는 아직 잎이 충분히 제 기능을 할 때 줘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그러면 감사 비료로는 주로 어떤 성분을 줘야 할까요? 이는 감사 비료가 '원활한 월동과 초봄 저온으로 인한 토양 양분 이동 불량을 보완하기 위한 역할'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어떤 양분들이 필요할지 감이 오실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비료는 항상 모든 양분을 골고루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만, 감사 비료로서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된다 싶으시면 토양과 식물체 내에서 이동이 잘 안 되는 성분부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대표적인 성분이 인산과 칼슘이고, 전체적인 질소량은 되도록 줄이되(어차피 봄에 뿌려도 흡수 잘 됩니다) 가능하면 음이온인 질산태 질소로 주면 다른 양이온을 동반 흡수하므로 칼륨이나 마그네슘, 칼슘 등의 흡수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물에 녹는 성분으로 준다는 것 쯤은 이제 다 아시지요?

 이 중 인산은 이동 속도는 느려 터지지만 세포의 분열을 도와 향후 과실의 크기 결정까지 영향을 주니 감사 비료 때부터 줘서 조금이라도 더 흡수되도록 하는 것이 좋고, 칼륨은 동해 피해를 줄이고 양분 균형을 맞추며, 칼슘은 어차피 바닥부터 쌓아 올라가야 할 양분이므로 감사 비료로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인산이나 칼슘 관리를 초봄부터로 예약하시면, 아직 녹지 않은 땅에서는 그 이동도 어렵거니와 뿌리 활력도 떨어진 상황이라 흡수가 더 어렵습니다)


 상당수 농가들의 관행처럼 유기질 비료를 주시는 것도 물론 안 주는 것보다는 좋습니다. 그러나 유기질 비료에는 인산이나 칼륨에 비해 질소가 4~5배 많기 때문에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질소만 많이 흡수되어 칼륨이나 칼슘 등 타 양이온의 흡수를 방해하고 자칫 식물이 연약해진 채 겨울을 맞이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날씨는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12월 초까지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유기질 비료의 질소성분이 빨리 흡수되는 데다가, 유기물마저 하염없이 분해되어 토양에서 질소질을 꾸역꾸역 만들어내다보니 휴면에 들어가야 될 나무에 새 가지가 생기고 그 위에 눈바람을 맞아 동해로 이어지는 사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수확이 빨리 끝나는 복숭아, 감, 밤, 포도 및 블루베리 농가들에게서 이런 고민을 많이 듣습니다.


 덧붙이자면, 유기질 비료가 감사 비료로서 나쁜 역할을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기질 비료는 토양에서 미생물의 밥이 되기 때문에 얘네들이 토양에 잡혀있던 양분들을 풀어주고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토양에 여러 양분들이 잘 붙도록 말랑말랑하게 해 줍니다(전문용어로는 CEC를 높여준다고 하지요). 따라서 적정량 사용은 권장합니다만, 감사 비료를 유기질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감사 비료는 인산, 칼륨, 칼슘 중심으로, 잎이 떨어지기 전에, 물에 잘 녹는 성분으로 (작물이나 품종별로 다르겠지만) 초가을 전후까지만 공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주 시설이 되어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니 점적호스나 스프링클러 등을 통해 물에 잘 녹는 비료로 공급하시면 되고, 그런 시설이 없다면 토양 위에 비료를 뿌리신 후 스프링클러나 호스로 물을 뿌려서 녹이시면 됩니다. 토양에 비료를 뿌릴 때에는 되도록 뿌리 가까이에(직접 닿지만 않으면 됩니다) 주시면 더 효과적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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