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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30. 2017

식물 아미노산 1

그것이 알고 싶다 - 1

 그동안 비료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 중심으로 설명드렸습니다만, 오늘은 좀 세부적인 내용 중 아미노산 관련한 설명을 드려보고자 합니다.(넓고 얕은 지식의 한계로 더 떠들 얘기가 떨어지기도 했고..ㅠㅠ)


 시중엔 참 많은 아미노산 비료들이 있습니다. 무슨무슨 아미노산, 무슨무슨 아미노 등등 가까운 농협이나 농약사 아무 데나 가 봐도 한 곳에서 최소한 5종류 이상은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제품은 500ml 한 통에 2만 원이나 하는데, 어떤 제품은 1L에 만원인가 하면, 20L 한 통에 십여만 원을 호가합니다. 게다가 한 번은 농약방 사장님 추천으로 사가서 써보니 정말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친 곳이나 안 친 곳이나 효과 차이를 모르겠다는 농가들을 심심치 않게 뵐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미노산을 비료적 관점에서 먼저 보시지요.


1. 식물은 필요한 아미노산을 스스로 합성합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그 중 동물에게는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해서, 반드시 외부로부터 음식 등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아미노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사료나 식음료 시장에서 아미노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동물과 달리 식물은, 필요한 아미노산 수가 동물보다 적은 데다가 그 모두를 생육 단계에서 스스로 합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식물의 생육에는 외부로부터의 아미노산 공급이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아미노산 자체는 식물의 필수 원소 12가지 중 주로 질소 성분만 가지고 있는데, 그 함량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애초부터 아미노산이 온전한 비료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겁니다.


2. '물고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아미노산도 한두 종류가 아닙니다.

 라이신, 류신, 이소류신, 메치오닌, 트립토판, 발린, 알지닌, 글라이신, 글루타민, 쓰레오닌 등등..

식물에 작용하는 아미노산만 해도 10여 종이 넘고 그 각각의 역할은 모두 조금씩 다릅니다. 따라서 작물의 생육 단계에 따라서 각 아미노산별로 체내 함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떤 아미노산은 뿌리를 잘 나오게 하고 어떤 아미노산은 특히 착색을 돕는 역할을 한답니다.


3. 모든 생물체내에서는 L형 아미노산만이 활성을 갖습니다.

 같은 아미노산이라고 해도 그 구조에 따라 D형과 L형으로 나뉩니다. 이 둘은 광학 이성질체라고 하여 구성 성분은 같으나 그 구조가 반대인 형태입니다만(오른손 장갑을 왼손에 끼울 수 없듯이), 사람,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오로지 L형만이 생물적인 활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식용 및 동물 사료용으로 유통되는 대부분의 아미노산들도 L형으로 제조 및 유통됩니다. 

 아미노산을 이용한 작물 생육 시험 논문들에서도 D형보다 L형의 흡수가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납니다.


4. 유리(free) 아미노산이 많을수록, 아미노산 고유의 효과가 잘 나타납니다.

 시중에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 자재들은, 동물성 혹은 식물성 단백질을 분해하여 만드는 제품들입니다. 그런데 이 분해과정이 완전히 진행되면 유리(free) 아미노산으로서 각 아미노산 고유의 특성을 완전히 나타내면서 식물이 바로 흡수 이행할 수 있는 형태가 되는데, 그렇지 않다면 아미노산이 몇 분자씩 연결된 형태인 펩타이드(peptide) 형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런 형태의 아미노산은 엽면 시비할 때 잎으로 흡수가 안되고, 토양으로 주더라도 아미노산 형태로 뿌리를 통해 흡수되기 전에 미생물들이 먼저 좋은 식사로서 즐기게 됩니다. 물론 이렇더라도 결과적으로 토양의 미생물상이 좋아지니 작물에 좋은 효과를 주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게 전부라면 그냥 저렴한 퇴비를 사용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겠지요.


 자, 여기까지 보셨으면 '그러면 도대체 가끔 보는 아미노산제 효과는 뭐였지?'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걸 또 한 가지씩 풀어보시지요.


1. 식물도 힘들 때는 게을러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식물은 스스로 체내에서 아미노산을 합성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아미노산을 따로 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생육 환경이 좋거나 비료 관리를 제대로 하는 농가들에게서는 아미노산 효과가 잘 안 나타납니다. 당연합니다. 튼튼한 사람에게는 비타민이 필요없다니까요.

 다만, 식물이 비정상적인 온도, 일조, 수분 등 어떤 스트레스 조건을 맞게 되면 직접 아미노산을 합성하기보다는 외부에서 흡수하는 쪽을 훨씬 선호하게 된다고 합니다. 밥하기 힘들 때 즉석밥이 고마워지는 원리랄까요?

 시중 대부분의 아미노산제들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빛을 보는 셈입니다. 문제는, 농가들이나 판매하는 사람들이나 아미노산에 대한 이런 기본적 사실을 잘 모르니, 다음 해에 좋은 환경이 오면 그냥 그 제품을 잊게 된다는 점이지만요.


2. 아미노산 중에서도 스타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관련한 연구는 진행 중입니다만, 이미 학계는 물론 업계에까지 잘 알려진 아미노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트립토판이 그중 하나입니다. 트립토판이 Auxin의 전구물질로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실제 논문에서도 작물에 트립토판과 옥신을 동시 투여했을 때 트립토판 쪽의 영향이 더 크고 빠르다는 시험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대단히 아쉬운 점은 이 트립토판이 pH에 따라 금방 분해되기 때문에, 시중의 아미노산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지요. 따라서 외국의 업체들은 이를 별도로 사다 넣기도 합니다.

 다른 예로서 메치오닌은 에틸렌의 전구물질이기도 합니다. 에틸렌은 식물에게 있어서 '생육 중단'의 신호를 주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식물 체내에서 이 농도가 늘어나면 과실의 착색이나 비대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런 아미노산들은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기존의 시비 프로그램에 보조적으로 들어갈 때 그 시너지 효과가 잘 보입니다. 따라서 생육 단계에 맞는 비료 성분과 이러한 아미노산이 같이 함유되어 있거나, 기본 시비관리를 잘 하시면서 고농도 아미노산을 같이 주는 형태의 관리가 좋습니다.


3. 동물성 아미노산 VS 식물성 아미노산

 혹자는 '동물성 아미노산이 완벽한 아미노산 성분을 갖추고 있으므로 식물성 아미노산보다 더 좋다'라고 얘기합니다. 엄격히는 동물성이냐 식물성이냐가 아니라, '동물성 원료를 가공한 아미노산과 식물성 원료 가공 아미노산'이 맞는 표현입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양쪽 모두 Free form, L form이라면 아미노산의 종류로는 동물성 쪽이 식물성보다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맞는 말입니다. (다만, 식물 유래라고 해도 다른 방법으로 모자란 아미노산을 채울 수 있다면 전혀 차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 유통되는 아미노산 비료 제품에 대입해보면 현실은 전혀 달라집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들이 시중에서 아미노산 비료를 고를 때의 팁을 말씀드리자면

 1) 총 아미노산 함량을 보세요

 2) 총 아미노산 중 1% 이상 함유된 성분들이 뭔지 보세요.

 3) 총 아미노산 중 유리(free) 아미노산 함량을 보세요

 4) 유리 아미노산이 L-form인지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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