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 2
우리 주변에는, 피부에 좋다고 해서 일부러 돼지껍질만 찾아드시는 여성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피부 조직의 성분인 collagen이 많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이 먹으면 피부가 보들보들 탱탱해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지요.
하지만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여성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이를 시험했는데, 돼지 껍질을 먹고 피부가 좋아지는 효과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당연한 결론입니다. 돼지 껍질의 콜라겐 성분이 위장의 강한 산과 만 나고도 이를 이겨내어 그대로 흡수되어 피부로 온전히 옮겨간다는 생각 자체가 비과학이니까요.
(저는 다행히도 고등학생 화학 시간에 이미 배워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백보 양보해서 돼지 껍닥의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신다면, '양질의 단백질 역할은 할 것'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위에서 분해되면 어떻게든 양분으로 흡수되니 간접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명백히 콜라겐 상태로 이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돼지 껍질의 고소한 맛은 껍데기 자체보다는 그 밑에 붙어있는 지방에서 온다는 점도 아셔야 될 겁니다. 실제 앞서의 TV 실험에서도 양심적으로 지방을 모두 제거한 식당에서는 맛이 없다고 장사가 안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더군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도가니탕을 먹으면 무릎 연골이 좋아진다고 믿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것 또한 콜라겐 성분입니다. 물론 연골도 콜라겐 성분이지만, 이는 외부에서 흡수되어 오는 것이 아니라니까요.(뭐 전 소주 안주로 둘 다 좋아합니다. 흡수가 되던 말던 맛있으면 되니까)
시중에 판매되는 아미노산 비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90% 정도는 '동물성 아미노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앞서 말씀드린 콜라겐이나 케라틴을 주원료로 만듭니다.
뭐 영어로 표현해서 그럴 듯 하지만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콜라겐 아미노산은 동물의 가죽을, 케라틴 아미노산은 닭털 등 동물의 털을 화학적 방식으로 가수 분해한 제품들입니다. 즉, 이들 원료에 염산이나 황산 등 강산을 넣고 가공한 후 수산화칼륨 등의 강염기로 중화하여, 최종 분해된 아미노산을 액상으로 얻거나 이를 말려 분상으로 만든 제품들입니다. 이를 산 가수분해라고 하고, 그 반대의 순서로 진행하는 것을 염기(알칼리) 가수분해라고 합니다.
이렇게 동물성 원료를 강산이나 강염기로 가수 분해하면, 비료 업체들이 광고하듯이 16~18종의 아미노산이 한꺼번에 얻어집니다. 주 성분은 개화나 양분 이동에 좋은 영향을 주는 Prolin, 광합성 등 잎의 활동을 도우면서 수정, 착과까지 돕는 Glutamic acid 등이며, 분해가 제대로 되면 유리(free) 아미노산 함량은 10~20% 정도 됩니다. 이렇게 동물성 가수분해 아미노산에는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들이 다양하게 들어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의 문제점은, 이 다양한 아미노산들 중 1% 이상 함유된 성분은 4~5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수점 이하로 함유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업체마다 분해기술이 제각각이라서 유리 아미노산 함량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제품도 허다하고, 가장 문제인 것은 이 방식으로 제조된 아미노산들은 유리 아미노산이 나오더라도 대부분 D형이나 DL형으로 나오고 정작 생물에 활성을 갖는 L형은 거의 없으므로, 실제 각 아미노산의 고유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강산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트립토판 같은 약한 아미노산은 완전히 분해되어 없어집니다.
어쨌든 여러분들이 아미노산 제품을 고르실 때, 라벨에 뭔가 빽빽이 각 아미노산 함량이 적혀있다면 그나마 이렇게 성의 있게 분해하는 업체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각각의 아미노산에 free 함량과 L 함량이 쓰여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이런 동물성 화학 가수분해 제품들의 효과가 워낙 들쭉날쭉하다 보니 유럽의 업체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2세대 제품들이 식물성 아미노산들입니다. 이들은 Alfalfa 등 분해가 잘 되는 식물들을 효소로 분해합니다. mild 분해 공법이라고도 광고하지요.
이렇게 하면, 총 아미노산은 동물성 원료를 화학 분해할 때보다 매우 적은 30% 정도가 얻어지는데, 유리 아미노산은 화학 분해와 비슷한 10% 내외입니다만 그 대부분이 L 형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동물성 아미노산에 비해 총함량은 적지만, 유효 성분 함량은 더 많기 때문에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특수 비료 업체들 중심으로 이런 제품들이 시장에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들도 각 아미노산들의 함량을 별도 조절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1% 이상 함유된 아미노산이 많지 않다는 점은 화학 분해 제품들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꼭 실망하실 필요는 없는 것이, 시험에 의하면 식물에 각 아미노산 별로 효과를 보이는 농도는 대부분 1% 이하입니다.(하지만 시중의 아미노산 제품들은 대부분 희석해서 쓰는 방식이므로, 사용하실 때 너무 묽게 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러다 보니 최근 각광받는 제품들은 단일(Single) 아미노산들입니다. 이들은 이미 여러 형태로 비 농업시장에 유통되고 있었는데, 비료 형태로의 사용 경험이 적다 보니 이제야 주목을 받는 제품들입니다. 알지닌, 트립토판, 메치오닌 등 각각의 개별 아미노산을 순도 98% 이상의 free L 형으로 제조하므로, 특히 2세대 아미노산 비료업체들이 신제품에 많이 응용하는 원료들입니다.
예를 들면, 개화 전에 사용하는 제품에는 알지닌과 트립토판을, 개화 후에 사용하는 제품에는 메치오닌과 글루탐산을 좀 더 처방하는 식으로 해서, 제품의 특징에 따라 기존 아미노산 세트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강화하는 방법입니다. 이미 유럽에는 해초 추출물+알 지닌 4%+트립토판 4%+메치오닌 4% 식으로 특화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콘셉트로 국내에 소개된 제품은 아직 없습니다만, 여러 업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상으로 아미노산과 그 제품들에 대하여 대략 설명드렸습니다만, 우선 각 아미노산별 효과를 잘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미노산의 농업적 의의는, 작물의 각 생육 단계의 생리를 보다 수월하게 하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를 줄여 외부의 불규칙한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게 하는 것입니다.
전편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실험 결과를 봐도 단순히 비료와 아미노산만 비교해서는 아미노산 쪽의 생육이 비슷하거나 좀 딸리는 데 반해, 비료분을 약간 줄이더라도 제대로 된 아미노산을 더해주면 그 효과가 월등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농가들을 만나보면 '무슨 영양제를 치면 부쩍 크고 색깔이 빨리 오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제품은 호르몬밖에 없습니다(호르몬제 남용의 해악은 익히 아실 테고요). 글로벌 비료업계에는 원칙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비료관리에 기적은 없다"
해초 비료, 부식산, 풀빅산, 미생물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식물의 기초체력은 12가지 필수 원소와 물리적 재배관리로 충분히 확보하면서 남들보다 상품성을 높이고 수확량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면서 스트레스 내성을 키워주는 목적으로 이런 보조제들을 사용한다는 관점이 올바른 접근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