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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24. 2017

좋은 토양관리가 좋은 비료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제품을 사면 됩니까?”


가끔 제 블로그를 보고 이렇게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최고의 비료 따위는 없습니다. 뭘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문제 하나 드리지요. 여러분들을 고추 농가라고 가정하고, 농협에 비료를 사러 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비료 코너에 12-8-10이라고 인쇄된 일반 비료와 12-9-9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고추 그림이 그려진 비료가 있습니다. 이 중 뭘 사시겠습니까? 

 열이면 일곱 분은 포장지에 고추 그림이 그려진 제품을 사십니다. 그 옆에 있는 12-8-10보다 가격이 더 비싸도 삽니다. 그게 비료회사들의 마케팅인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특수한 성분이 더 들어있지 않다는 가정을 한다면),12-8-10이나 12-9-9나 비료성분의 합과 변동폭은 거기서 거깁니다. 즉, 돈을 더 줄 이유가 없다는 얘기지요.

[ 한국의 비료와 외국비료의 포장지 ]

 위 그림을 보시면 왼쪽 4개는 국산, 우측 4개는 수입산 비료제품입니다. 한글과 영어 표기라는 차이점 말고 어떤 차이가 보이시나요? 모르시겠다고요?

 그렇지요, 이상하게도 국산 제품에만 무슨무슨 작물 전용비료라는 식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작물을 돈 벌기 위해 키우는 분들이 아니라면, 그림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긴 합니다. 그러나, 전문 농가임에도 아직도 비료의 성분보다는 그림만 보고 선택하신다면, 아쉽지만 비료에 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비용도 효과도 더 나아지실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자, 그러면 본격적인 비료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작물 영양 전반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을 드리지요. 여기에는 반드시 토양과 식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선, 식물은 어디에서 양분을 흡수하나요?

바로 뿌리지요. 즉 식물이 밥을 먹는 입은 뿌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식물이 먹는 것은? 즉, 식물의 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질소, 인산, 칼륨 등등 12개의 원소들입니다. 즉 이것들이 식물의 밥입니다. 


그러면 이 밥을 어디에서 흡수하나요?

바로 토양에서 흡수하지요. 즉 토양은 식물의 밥그릇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밥그릇이 잘디 잘게 깨진 밥그릇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물을 주거나 비료를 줘도 잘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뿌리가 숨을 잘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뿌리가 숨을 쉬면서 물과 비료를 먹도록 이루어진 것이 토양입니다.

 자, 이것을 거꾸로 나열해보면, 작물이 잘 자라는 토양의 조건은 ‘뿌리가 숨을 잘 쉬면서 물과 비료가 잘 공급되는 상태’라는 얘기가 됩니다.


 여기서 또 문제 하나, 여러분들 댁에 화분 하나씩은 가지고 계실 텐데요, 화분에 심긴 식물이 죽는 이유 중 대부분은 무슨 까닭일까요?


 바로 과습 때문이라고 합니다. 

 식물과 토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은 식물에 물만 주면 뿌리가 벌컥벌컥 행복하게 삼킬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들은 물에 잠기는 그 순간 뿌리의 활동이 중지됩니다. 잠수 상태가 되는 거지요. 그러다가 토양 입자들 사이에 꽉 차 있던 물들이 밑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뿌리가 숨을 쉬기 시작하면서 토양 입자에 묻어있는 수분과 여기에 녹아있는 양분을 같이 흡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밭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는 되도록 두둑(밥그릇)을 높게 잡아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두둑을 높이면 과도한 수분이 빠져나가는 시간이 빨라져서 뿌리가 스트레스받는 시간이 짧아지고, 염류장해나 과도한 비료살포 등의 실수가 있더라도 충분히 물을 주면 금방 씻겨집니다. 당연히 물에 적시는 토양입자의 양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밥그릇이 커진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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