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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24. 2017

돈 날리는 시비법, 돈 버는 시비법

비료는 어디에 어떻게 줘야 할까요?

 앞에서는 물은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는 양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사람도 아침만 배부르게 먹고 점심 저녁 굶기보다는, 끼니 거르지 않고 삼시세끼 챙겨 먹어야 컨디션이 최상이듯, 식물도 비료분을 한꺼번에 주기보다는 각 작물별 성장 시기에 맞는 적절한 성분을 필요한 만큼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 다음 그림을 보시지요. 상당수 농가들이 이런 식으로 비료 관리를 하시는데요....

 이해 가시나요? 보통 어떤 작물에 이런 식으로 비료를 주던가요? 


 네, 보통 벼 재배할 때 이렇게 줍니다. 저는 다른 작물을 하시는 농가 분들께는 제발 벼농사짓듯이 비료 주지 마시라고 먼저 말씀드립니다. 벼농사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밑거름으로 21 복비 듬뿍 주고 벼가 가지 칠 때 요소비료 주고 알곡이 패기 시작할 때 NK비료를 주는 패턴이 가장 고전적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 벼들이 비료를 맞으면 부쩍 파래졌다가 비료 기운이 떨어지면 노래지길 반복합니다(관행적인 재배에서 벼는 '3황기'라고 해서 비료가 적당히 부족해져야 하는 시기가 세 번 있습니다만, 이 시기를 자칫 잘 못 맞추는 농가들은 오히려 논물 빼면서 비료 기운 날리고, 요소 너무 줘서 헛가지를 두 배로 늘리는가 하면, 아낌없는 NK 살포로 때늦은 태풍에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벼농사하시는 분들도 점점 주기적으로 엽색(잎의 색) 분석하시고 그때 그때 맞는 비료를 자주 주시는 추세입니다. 하다못해 인도의 농가들도 플라스틱 엽색계를 들고 다니면서 비료분을 가늠한답니다.


 그러면 앞서의 그래프는 아래와 같이 바뀌어야 합니다.

 더 정확히는 생육 단계에 따라 비료 주는 양도 달라져야 합니다만, 어쨌든 이제 '비료는 물과 함께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봅니다. 특히 생육 초기엔 인산, 키가 크는 영양 생장기엔 질소, 과실이 크는 생식 생장기엔 칼륨을 중점적으로 관리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자, 이렇게 '어떻게'의 문제를 말씀드렸으니 '어디에'의 문제를 말씀드려야겠지요?


 앞서 식물이 양분을 먹는 입은 어디라고 했지요? 그렇지요, 뿌리입니다. 그러면 뿌리는 뭘 찾아서 자라나요? 네, 물을 찾아 자랍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식물의 뿌리가 줄기를 따라 자란다’고 믿고 계시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충북 영동의 한 복숭아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농가는 관주 시설도 잘 되어있었는데 과수원 전 면적에 비료를 흩뿌리고 계시길래 왜 그렇게 비료를 주시냐고 여쭈었습니다. 농가분의 답은 '복숭아는 가지가 자란 만큼 뿌리가 자라는데 이미 양쪽 나무들의 가지가 닿을 정도이니 비료도 전면적에 줘야 된다'는 것이었지요.

아마 이 책을 보시는 분들 중에도 많은 분들이 같은 의견일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이 얘기를 통역으로 들은 저희 외국인 고문은 바로 삽을 찾아서는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에 고문께서는 과수원 한가운데와 나무 밑동 근처를 파 놓고 어디에 뿌리가 많은가를 비교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나무 사이에는 뿌리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뿌리는 나무 줄기 주변에 몰려있지요

 실제로 어디에 뿌리가 더 많은지 눈으로 확인한 농가분들은 그제야 '효율적인 시비관리'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셨습니다. 특히나 이렇게 관주 시설을 쓰시는 분들은 보통 관수 호스의 물이 나오는 곳에 뿌리가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물에 비료를 녹여서 공급하시면 물과 밥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매우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즉, '가지 자란 만큼 뿌리도 뻗는다?' 맞는 얘깁니다만, '얼마나 많이?'를 감안한다면 적절한 시비관리는 식물체 가까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왜? 비료는 여러분들의 돈이니까요.

님은 먼 곳에.......

  위의 사진처럼 작물과 비료의 거리가 멀면 멀 수록, 비료도 내 돈도 멀어지는 셈입니다.


 모처럼 큰 맘 먹고 한정식집의 상다리 부러지는 진수성찬을 앞에 받았어도, 젓가락 닿지 않는 곳의 반찬엔 손이 덜 가는 법이거든요. 

 이상, 비싼 비료도 허비하는 시비법과 싼 비료도 알뜰하게 쓰는 시비법을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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