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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24. 2017

비료 잘 고르는 방법?

어떻게 골라야 좋은 비료를 고를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농협이나 농약상에 비료를 사러 가시면 어떤 비료를 가장 많이 고르시나요? 그리고 그 비료의 무엇을 보시나요? 브랜드? 이름? 가격?


 하하... 가격이 물론 가장 중요한 선택의 요건 중 하나는 맞습니다만, 비료는 반드시 표기해야 되는 사항들이 있으니 그걸 기준으로 보시면 가장 쉽습니다.

 비료 포대의 전면에 보시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숫자가 크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21-17-17이나 46-0-0 등의 표기가 그것이지요. 이 뜻은, 비료의 주요 3요소라 불리는 ‘질소-인산-칼륨’이 각각 그만큼 들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얘는 질소 12%, 인산 8%, 칼륨 8%를 함유했다는 의미

(하지만, 뒷면의 보증 표에도 그렇게 쓰여있는지도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가끔은 앞의 숫자와 뒷면의 보증 표 내용이 전혀 딴판인 제품들도 있는데요, 특히 제품 설명에는 온갖 좋은 성분 다 들어있다고 하면서 정작 보증 표에는 몇 개 표기 안 된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뜻은, 뭐 그런 성분 좀 넣긴 했지만 법적으로 보증할만한 수준은 아니거나 우리나라 비료 등록법 상 등록되지 않은 성분들이라는 의미이므로 무시하시면 됩니다. 즉, 포장대의 갖은 미사여구에 현혹되실 필요가 없습니다).


 자, 그런데 비료 한 포대가 20kg이고 그 중 포장대에 인쇄된 비료 성분이 46-0-0이라면(이건 요소 비료지요), 이 비료에는 46%의 질소성분만이 보증된다는 의미입니다. 즉 20kgX 46% = 9.2kg의 질소만 보증할 뿐, 나머지 10.8kg는 그다지 비료효과가 없는 성분들로 채워졌다는 뜻입니다.

 

 어라? 이 쯤 되면, 슬슬 열 받지 않나요? 왜 이 비료회사 인간들이 왜 한 포대 전부를 비료성분으로 채우지 않고 고작 46%만 채워놓고 팔아먹을까요?

 자자, 고정하시고.......물론, 요소 비료는 질소 46%가 현대 과학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답니다. 하지만 다른 비료제품을 고르실 때는 이런 개념을 일상화 하시는 것, 아주 좋은 접근방식입니다. 즉, '질소-인산-칼륨의 합이 높을수록 저렴하고 좋은 비료'로 보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아픈 과거 얘기 하나 드릴까요? 우리나라 역사상 비료의 양대 베스트셀러는 요소와 더불어 21-17-17 비료('21 복비', 혹은 간단히 ‘복합’이라고도 하지요)입니다. 그런데, 애초에는 '금비'라고 해서 구하기도 힘들었던 이 비료들이 점차 공급이 많아지고 보조금이 붙다 보니 농가들이 과잉 시비하는 양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2포 뿌리라고 하면 남들보다 좀 더 수확량 내려고 4포 뿌리고, 그러고도 안심을 못해서 너도나도 요소를 더 뿌려댔습니다. 그러니 벼는 더더욱 웃자라고 홍수나 태풍 한 번 올라치면 전부 모래 쓸리듯 쓰러지곤 했지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소위 '저농도 비료'라는 것을 권장하기 시작합니다. 21복비의 절반에 불과한 12복비가 등장하고 가격도 약간 내려갑니다. 사실 간단한 덧셈 뺄셈으로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입니다만, 대부분 농가들이 성분을 제대로 보지 않고 오로지 '포대 수'에만 집중하는 현실에서 관이나 회사들이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그저 21 복비를 사다가 사용량만 반으로 줄이면 될 것을, 농가들은 사용량을 줄이면 불안해하니까 성분량을 줄여버렸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걸 또 '친환경 비료'라고 명명해서 권장했다지요.

 하지만 당연히 그 가격은 성분만큼 반으로 낮아지지는 않았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농가들은 결국 돈은 더 내고도 비료성분도 없는 돌가루를 힘겹게 더 지고 날라야 했는데도, 오히려 '도복 없는 참 좋은 비료'로 인식하는 웃지 못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합천의 한 토마토 양액재배 농가를 찾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농가의 고민은 '분명 철 비료를 넣고 있는데 자꾸 철 결핍이 나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인 즉슨, 그동안 사용하던 철 비료가 물에 잘 안 녹아서 물철(액상 철 비료)로 바꿨는데, 분명 사용량이 같은데도 왜 철 결핍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이었습니다.

 사용하신다는 '물철'이라는 제품의 성분을 보니, 기존에 사용하던 분말 황산철을 그냥 물에 녹인 수준으로, 철 함량은 당연히 분말 황산철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그걸 총량 개념으로 분말 철 넣을 때와 동일한 양으로 넣었으니, 실제 투입된 철분은 당연히 모자랄 밖에요. 그걸 팔았던 비료 판매상 역시, 팔 줄만 알았지 이런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 줄을 몰랐던 겁니다.


 자, 오늘 기억하실 내용은, '비료는 성분이 중요하다. 같은 값이면 성분합이 높은 비료일수록 좋은 비료, 저렴한 비료이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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