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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29. 2017

이제 진짜 식물의 밥 이야기

질소부터 한 걸음씩

"회사에서 나와서자기네 제품 좋다는 얘기 안 하는 양반은 처음이네. 아 뭐, 선전할 거 있으면 혀봐"


 저 역시도 10년 전에는 그저 우리 제품 최고라는 광고에만 열을 올리는 영업사원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외국인 전문가들을 선생님으로 모시고부터, 농가들이 정말로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을 설명해드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배웠고 실제로 그러한 접근이 신뢰로 이어져 제품은 자연스럽게 판매되더군요. 제 스스로도 그렇게 정석대로 접근해서 스스로 설명이 안 되는 제품들은 아예 말도 못 꺼내게 되었고요.


 자, 이젠 그러한 비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성분, 즉 식물 밥에 대한 말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선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성분이 뭔지를 아는 것은, 간단히 식물체 자체의 분석에서 출발합니다. 즉, 식물체 전체를 놓고 성분을 분석해야 식물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식물체를 실제로 분석해보면가장 많이 나오는 성분들은 뭘까요?


 질소라고요? 땡! 아닙니다. 바로 탄소, 수소, 산소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 성분들이 식물체의 평균 93%가량을 차지한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성분들은 식물이 자라는 중에 공기와 물을 흡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므로, 보통은 별도로 시비하지는 않지요(물론 시설재배를 하시는 분들 가운데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광합성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탄소시비'라는 것을 별도로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얼마 안 되는 7%가 뭐냐? 그게 바로 비료로 만들어져서 식물에게 시비되어야 하는 12가지 원소입니다. 그걸 다시 양으로 분류해보면 이들 12 원소는,

- 다량 요소(말 그대로 가장 많이 필요한 성분들) : 질소, 인산, 칼륨

- 2차 요소(다량 요소보다는 적지만, 역시 양이 필요한 성분들) : 칼슘, 마그네슘, 황

- 미량요소(미량만 있으면 되는데, 그 미량이 없으면 문제 되는 성분들) : 철, 아연, 구리, 몰리브덴, 붕소, 망간

로 나누어집니다.(이외에 염소, 규산 등도 있습니다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따로 비료로 시비되지는 않습니다.) 

 즉, 앞 장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여러분들이 시중에서 비료를 고르실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위 12가지 원소를 기준으로 그 제품의 등록성분을 보시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 것, 꼭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분합이 많을 수록 일단 '가성비가 좋은 비료'로 보시면 된다는 것은 앞 장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 다음에 다시한 번 강조드릴 것은, 사람도 씹을 수 없는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물에 녹지 않는 비료는 식물이 바로 흡수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즉, 물에 녹여봐서 금방 투명하게 녹는 비료는 식물이 바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만, 물에 잘 녹지 않거나, 잠깐 물에 녹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놓아두면 미숫가루처럼 가라앉아 버리는 비료는 완전히 녹는 제품에 비해 그 흡수 속도나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자 이걸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그냥 물에 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녹아서 양이온이나 음이온으로 되어야 뿌리 흡수가 가능합니다.(그러므로 당장 녹지 않는 비료는 비료를 자주 주기 힘든 노지 조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잘 녹는 비료는 엽면시비나 시설재배시 선호되지요. 어떤 농가 분들은 일반화학비료를 물에 녹여서 위에 뜬 물만 관주나 엽면시비로 사용하고 가라앉은 부분은 모아뒀다가 땅바닥에 뿌린다고 합니다만, 이렇게 하면 공급되는 비료 성분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허구한 날 필터 청소만 해야 되거나 자칫 점적호스를 막아 버리는 원인이 됩니다. 애초에 물에 녹여 쓰는 비료가 아니라면 용도에 맞게 쓰셔야 합니다)


 비료는 반드시 물에 녹아야만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노지 재배의 경우에도 비료를 그냥 땅 위에 흩뿌리고 방치하면, 상당한 양의 비료성분은 공기중으로 날아가버리고 식물은 비가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서 날아가는 비료성분만큼, 여러분의 돈이 날아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노지라고 하더라도 비료를 뿌리고 흙으로 덮어주는 것이 가장 좋고, 하다못해 스프링클러라도 바로 돌려주면 이런 문제를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옛 어른들께서 비오기 전에 비료 주셨다는 관행이, 비록 그분들은 화학에 대한 지식은 좀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으로 얻으신 그분들의 소중한 지혜랍니다. 


 이제 각 그 밥의 성분을 하나씩 설명드려볼까요?


 자 여기서, ‘질소는 식물의 에너지원이 되고 단백질과 효소의 구성성분이며... 어쩌고’ 하는 얘기는 이미 여러분들의 책꽂이에 꽂혀있을 교재에서 참고하시고요, 한마디로 '질소는 식물의 키를 잘 키운다'고만 기억하시면 안 헷갈립니다. 다시한 번, 질소는 어떤 비료다? 잎새 비료다~


 질소를 공급하는 놈은 여러 녀석들이 있습니다. 유안, 복비, 질산칼슘, 질산칼륨 등등.... 하지만 이들이 공급하는 질소의 모양새는 주로 세 가지 - 요소태, 질산태, 암모니아태 중 하나로 압축됩니다. 

  그런데 이 셋은 각기 다르면서도 같은 운명을 가진 녀석들입니다. 우선 그 성격을 보면, 요소태는 NH2라고 씁니다. 어, 그런데 +나 –가 안 붙어있지요? 즉, 이온 형태는 아닙니다. 그에 비해 암모니아태는 NH4+로 양이온이며 질산태는 NO3-로서 음이온이네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앞 장에서 말씀드렸듯이 토양은 음이온을 띠므로 암모니아태 질소가 투여되면 쉽게 토양입자에 붙잡히므로 뿌리로 흡수되는 양이 떨어집니다. 이에 반해, 질산태 질소는 토양과 같은 음이온이기 때문에 토양 입자에 달라붙지 않고 뿌리가 바로 흡수할 수 있게 됩니다. 요소태 질소는 이온이 아니므로 뿌리가 바로 흡수할 수 없고요,


 그런데 얘네들은 천년만년 계속 그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고, 요소태는 토양에서 수분과 효소에 녹으면 3~4시간 내로 암모니아태로 변하고(그래서 비료 뿌리고 물 주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암모니아태 질소 역시 시간이 좀 지나면 서서히 질산태로 바뀝니다. 그러므로 결국은 질소성분으로 모두 흡수가 됩니다만, 시간차가 있다는 겁니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요소태 질소는 극이 없기 때문에 그냥 땅 위에 뿌려놓아서는 식물이 흡수할 수없지만, 물과 만나는 순간 바로 녹아서 토양의 효소 작용으로 암모니아태 질소로 바뀝니다. 그러면 얘는 양이온이기 때문에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거지요. 얘가 뿌리로 흡수되면 토양에 수소(H+) 이온을 내놓고 흡수되는데 이때 토양 산도를 낮추는 영향을 줍니다(이것이 앞서 말씀드린 '화학비료 때문에 우리나라 토양이 산성화 되었다'는 이론의 근거입니다만,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우리나라 토양의 태생 문제가 더 큽니다)


 이 암모니아태 질소가 토양에서 충분한 온도 습도 조건에 있게 되면 질산태 질소로 바뀌기도 하는데, 얘는 음이온이므로 같은 음이온인 토양 입자에 잡히지 않을뿐더러 뿌리 흡수도 빨리 잘 됩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OH-이온을 내놓아 암모니아태와는 반대로 토양 산도를 올리는 역할까지 하지요. 

 질산태 질소의 미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토양산도를 이렇게 잡아주니 미량요소의 흡수 가능량이 더 많아지고, 뿌리가 질산태를 흡수하면서 내놓는 유기산은 뿌리 주변의 미량요소를 자연스럽게 킬레이트(감싸 안은 코팅)화하여 흡수가 더 쉬워지고 토양에 흡착된 인산의 흡수도 돕습니다. 


 또한 식물의 양분은 반드시 음이온의 양만큼 양이온이 손 붙잡고 같이 흡수되는데, 음이온인 질산태가 많이 흡수되면 양이온인 칼륨이나 칼슘, 마그네슘 등의 필수 성분들도 덩달아 많이 흡수될 기회가 생깁니다. 게다가 식물 체내에서는 나쁜 양이온인 염소를 내보내게 되어 작물의 품질이 좋아지지요.

식물조직 내에서 질산태 질소와 염화물 축적의 상관관계

 

정리하자면, 식물의 뿌리는 물에 녹아 이온화된 양분만을 취하기 때문에 토양에서 요소태 질소는 바로 흡수하지 못하고 암모니아태와 질산태 질소만 흡수합니다. 그중에서도 토양 음이온의 영향을 안 받는 질산태 질소의 흡수가 훨씬 빠르지요. 하지만 요소태 역시 물과 닿아 미생물이 분해하면 암모니아태로 변하므로 늦더라도 효과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토경 재배용 수용성 비료를 보시면, 대개가 세 가지 질소성분을 적절히 배합해 놓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흡수 속도를 감안하여 질산태 > 암모니아태 > 요소태 순으로 꾸준히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러면, 양액재배(수경재배) 조건에서는 어떨까요? 물 속 조건은 토양과 달리 이온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질산태든 암모니아태든 모두 잘 흡수합니다만, 요소는 물 속에 이를 분해할 토양 효소가 없기 때문에 흡수되지 않습니다. 즉, 양액재배시에 양액에 요소를 타는 행위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돈이 또 흘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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