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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Jul 16. 2017

밥을 논하기 전에 밥그릇부터

"당신네 비료를 썼더니 다 죽었어!"


라는 전화를 가끔 받습니다만, 세상에 어느 비료회사가 식물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겠습니까? 그러면 그건 비료가 아니라 제초제이지요...

 어쨌든 이런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가보면 상황은 토양 및 물관리 실수 내지는 비료 과량 사용으로 결론 나기 일쑤입니다. 안타깝습니다......자자, 밥투정하시기 전에 우선 내 밥상은 멀쩡한 지부터 보시지요.


1. 토성에 따른 관리


 식물의 밥상인 토양은 크게 (바윗돌 깨뜨려 자갈돌..... 이 더 부서진) 모래, 미사, 점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기 순으로 모래> 미사> 점토로 보시면 되고, 이 중 모래가 많이 있는 토양은 사질토, 점토가 많이 있으면 점질토, 세 가지가 적절히 있으면 양토로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자세한 비율이 나토 성은 전문 서적을 참고하시면 됩니다만, 대부분 농가분들은 이미 농업기술센터의 분석 서비스 등을 통해 본인 경작지의 토성을 잘 알고 계시지요. 


 문제는, 이 토성 자체는 바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만, 적절한 관리를 통해 좋은 밥상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앞장에서 두둑 높이기라고 말씀드렸고요, 두 번째는 제대로 된 물관리입니다. 

앞의 그림은 각 토성별로 같은 양의 물을 주었을 때의 이동 모식도입니다. 이해되시지요?


 즉, 사질토는 물이 좁은 면적에서 깊고 빠르게 이동하는 반면, 점질토로 갈수록 넓고 얕게 퍼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식물의 뿌리가 수분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뿌리의 분포는 아래처럼 될 겁니다.

 특히 과수를 재배하시는 분들 중에, 아직도 "뿌리는 수관(가지 뻗은 길이)만큼 나와 있으니 물과 비료를 전면적에 다 줘야 한다"고믿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실제 과수원에서 땅을 파보면 뿌리 대부분은 점적호스나 스프링클러 주변에 있고 멀리 뻗은 뿌리는 일부에 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분들은 물과 비료를 전 면적에 다 줘서 뿌리를 사방으로 뻗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렇게 열심히 길러 놓고 사람과 SS(Speed sprayer) 기계가 다 밟고 다녀서 스트레스를 주는 아이러니도 있지요. 이 내용은 뒤에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고.


  결국, 위 그림들을 보면 토성에 따라서 물주는 방식도 달라져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사질토에는 물을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좋고 점질토는 관수 간격을 길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를 실제 재배에 응용하자면, '하우스 한 동에 1주 간격 4톤'식의 물관리를 하셨다면, 이를 '3일마다 2톤'으로만 조정하더라도 그 작물들은 훨씬 행복한 밥상을 받게 되는 거지요.


 2. 밥그릇을 넓고 풍성하게 - 


 식물의 밥상인 토양은 음이온 즉, 쉽게 말씀드리면 여자 성분입니다. 이에 비해 식물의 밥인 비료 성분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양이온, 즉 남자들입니다. 밥상이 클수록 대접할 밥과 반찬도 많아질 수 있듯이, 토양 입자에 음이온이 많을수록 여기에 붙을 수 있는 양이온도 많아집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CEC(Cation Exchange Capacity, 양이온 치환 용량)라고 합니다만, 간단히 땅심이 좋다 나쁘다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땅심은 선천적으로 그리 좋지 못합니다. 밥그릇이 시원찮은 거지요.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유기물을 시용(비료의 사용은 ‘시용’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즉 퇴비나 유기질 비료를 주는 겁니다.  그런데 얘네들의 이름에  '비', '비료'가 들어가니 마치 퇴비나 유기질 비료가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그보다는 유기물의 보충을 통해 땅심을 키우는 목적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즉 얘네들을 충분히 주시면 식물의 밥그릇을 넓고 크게 만듭니다.


3. 토양 pH(산도)도 잡아줘야지요.


 우리나라 토양은 땅심이 없으면서 pH도 낮아 문제입니다(일부 몰지각한 매스컴에서는 자꾸 화학비료가 토양 산성화의 주범이라고 합니다만, 대단히 죄송하게도 우리나라 토양 자체가 원래 조상 대대로 산성입니다. 그리고 화학 비료가 산성화를 시키는 게 아니고, 정확하게는 '암모니아태 비료의 과용이 토양 산성화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이마저도 토양이 그리 쉽게 산성화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토양 산도별 양분의 가용성(흡수 가능성)

 어쨌든 토양 산성화가 왜 문제인지는 앞의 그림을 보시면 됩니다. 이 그림은 각 양분 별로, 그래프의 면적이 해당 pH에서 이용 가능한 양을 나타냅니다. 보시다시피 pH 범위 6~6.5에서 대부분 양분들의 효율이 가장 높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양분 별로 효율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토양의 음이온처럼 토양의 pH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만약 산성이라서 문제라면 이는 꾸준한 석회 시용으로 교정하시면 됩니다. 


4. 퇴비, 유기질 비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앞서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퇴비나 유기질 비료의 사용 목적은 부족한 토양 유기물의 보충입니다. 어떤 분들은 '적은 양이지만 NPK가 들어있으니 이들도 비료 아니냐'라고 하시는데 물론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다만, 일반 화학비료에 비하면 성분량이 너무 적기 때문에 이에 맞추다 보면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작물의 각 생육단계에 적합한 양분관리가 어려워지고 질소질만 과용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퇴비나 유기질은 유기물 보충용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들 유기물은 크게 물리적, 화학적, 생물적인 효과를 갖습니다. 물리적으로는 토양 구조를 개선하고 수분 보유 능력을 높이며 토양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완화시킵니다. 화학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pH와 땅심 개선 효과가 좋고 토양 오염물이나 중금속을 잡아내지요. 생물적으로는 미생물의 밥이 되기 때문에 토양 미생물이 부쩍부쩍 늘도록 도와주는 좋은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적절히 주시면 참 좋은 자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토양 위에 그냥 뿌려서는 그다지 효과 보기 힘들기 때문에 토양과 잘 섞어주는 것이 가장 좋고, 과수원처럼 토양 섞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주먹 비료라고 하지요) 뿌리 근처에 직접 뿌리와 안 닿도록 구멍을 파고 묻거나, 땅 위에 뿌리더라도 흙으로 덮어주는 방식을 권해드립니다.(그 후에 물을 뿌려주면 금상첨화입니다.)


이상 밥 짓기 전에 밥그릇을 넓고 크고 단단하게 만드는 법을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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