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상은 무엇인가? 에 대한 해답을 데이터로 찾아보다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한 번도 공급자 입장에서 SNS에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어느덧 온라인 홍보에 대해서 말로 설명이 어려운 무언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직관이 생긴 결과, 여러 가지 콘텐츠들이 좋은 성과가 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고민도 있었다. 콘텐츠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제작을 설득하기 위한 무기로서는 부족했다. 객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해서는 조회수나 구독자처럼 명백한 수치가 나왔지만, 이게 '왜' 인기를 끌었냐에 대해서는 좋게 말하면 정성적, 나쁘게 말하면 감으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 줄기 실마리를 얻은 것은, 회사에서 개최한 데이터 분석과 교육을 받으면서였다. 막연하게 'SNS는 결과가 수치로 나오니 데이터 분석이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신청을 했는데, 수업 자료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게 되었다. 첫 페이지에 있는 데이터는 우리 유튜브 채널에 있는 두 가지 영상의 실적이었다. 수업이 시작하자마다, 강사님은 한 가지 화두를 던졌다.
'무엇이 좋은 영상인가?'
두 영상을 편의상 A, B로 부르겠다. A 영상은 조회수가 높고, B영상은 상대적으로 좋아요와 댓글이 많았다. 바꿔 말하면 A를 본 사람은 많은데, 적극적인 반응이 높은 것은 B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영상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좋은 영상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유튜브 분석 창을 하루에도 수십 번 살펴보았지만, 여러 가지 데이터를 보면서 이것들의 '의도'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시금 지표들을 살펴보았다.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데이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들을 제대로 분석한다면 무언가 한 단계 develop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점점 확장되었다. <머니볼>의 사례처럼, 영상의 성과에 대해 기존에는 놓치고 있던 데이터들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니 볼>은 실제 야구 구단의 사례를 기반으로, 약체 야구 구단에 새로운 단장이 들어와 새로운 데이터를 적용하여 가성비가 훌륭한 선수를 찾고 구단을 발전시킨 이야기이다. 그가 주목한 여러 가지 데이터 중에 일반적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것은 OPS(On the base Plus Slugging)라는 개념이다. OPS는 장타율(타자가 타격을 했을 때 진루할 수 있는 기댓값)과 출루율(타자가 아웃되지 않고 살아나갈 확률)의 합이다. 이 지표가 좋은 선수는 분명 좋은 타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기존의 홈런, 안타, 타율과 같은 지표(클래식 스탯)만이 우선시 되었기에 상대적으로 무시받던 데이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 스탯이 떨어지나 OPS가 좋은 타자는 연봉이 낮았다. 결국 기존에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정보를 잘 활용하여, 숨어있는 원석을 찾아낸 단장의 투자는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유튜브에 이 내용을 적용하면, 조회수나 구독자수와 같이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 '좋은 영상'을 찾을 수 있는 숨겨진 데이터가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분석 도구를 보다가 두 가지 정보에 눈이 갔고, 이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바로 클릭률과 조회율이었다.
클릭률은 클릭수/노출수로 계산한다. 즉, 영상의 썸네일과 제목이 노출되었을 때, 실제로 클릭해서 시청한 사람의 비율이다. 클릭률이 높다는 것은 주제가 좋든, 썸네일이나 제목이 재미있든 '볼 만한 영상'이라는 의미가 된다. 또한 조회율은 시청시간/영상길이 이며, 사람들이 해당 영상을 어느 정도까지 보았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조회율이 높은 영상은 시청자들의 영상의 대부분을 보았다는 뜻이므로, '잘 구성된 영상' '끝까지 흥미로운 영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클릭률과 조회율을 기준으로, 조회수가 1000 이상인 영상들의 데이터를 뽑아내였다. 기준을 둔 이유는, 조회수 1000 미만의 영상에 대해서는 분석할 가치가 부족하고, 오히려 통계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개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영상들을 그룹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았다.
A영역의 영상은 클릭도 많이 하고, 끝까지 보는 시청자들도 많은 '좋은 영상'이다. 반면 C영역의 영상은 관심도 저조하고, 어쩌다 보는 사람들도 오래 보지 않는 '나쁜 영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튜브 문법에 맞게 노력해서 제작한 영상은 A에 많았고, 특색이 없는 공공기관스러운 홍보영상은 대부분 C영역에 존재했다. 이제 다른 부서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데이터가 있었기에 우리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A영역과 C영역의 영상과 결과를 보여주고, (대부분이 요청하는) C형 영상의 성과는 기댓값이 매우 낮다는 식으로 설득을 하는 것이다.
한편 B와 D영역은 각자의 장단점이 명확한 영상이라는 판단으로, 장점은 유지하되 단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클릭률이 낮은 B영역 영상들에 대해서는, 콘텐츠에 비해서 제목과 썸네일이 주목을 끌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보다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제목과 썸네일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반대로 D영역은 화제성이 있지만, 콘텐츠를 끌 가지 보기에는 지루하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요소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래서 영상의 템포를 빠르게 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최대한 자르는 것에 집중했다.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분석은, 우리의 주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어떤 영상이 좋은 영상인지에 대해 경험과 감으로는 설명할 수 있어도 객관화시킬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부서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지표가 좋은 유사한 영상의 레퍼런스를 보여줄 수 있기에,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저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회사에서도 우리의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혁신 활동에 관련된 사례로 기관장 표창을 받게 되었다. 보통 지원부서는 잘 받지 못하는 상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전문적으로 SNS 마케팅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전부터 업계에서 이 방식이 유명했을 수도 있고, 클릭률과 조회율 보다도 더 적합한 지표가 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영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시각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 인사이트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꼭 온라인 홍보뿐 아니라, 앞으로 업무나 삶의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