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런치 북 <우울한 나는 질병 휴직한 회사원입니다>를 만들고 약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쓰고 싶은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우울한 나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어두었다. 그래서일까,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우울증과 관련된 글을 쓰는 동안은 잠시 3인칭 관찰자가 되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는데, 다시 1인칭으로 우울감을 감내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정신과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 습관적으로 브런치 앱을 열었다. 글쓰기와 관련된 추천 글이 있어 눌렀다. 너무 퇴고를 하지 마라는 글이었다. 어차피 밥벌이로 글 쓰는 사람을 우리는 이길 수 없으니까, 차라리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게 낫다는 말이다. 그걸 보고 이상하게 우울증 이야기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나'를 위해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조금씩 글의 목적이 '남에게 보이기 위함'으로 이동하면서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한 번 다음 메인에 글이 걸리고 조회수가 4000회가 넘게 나왔는데, 그게 단기적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되었다. 팔릴 만한 소재와 글을 고민하면서 내가 글을 쓰게 된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병을 비교하는 게 맞는 건가 싶지만, 나의 우울함은 다른 글쓴이들에 비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계속해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나쁜 것도 아니고, 병든 마음을 이끌고 출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 못해 퇴사를 해서 미래가 막막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글을 쓸 자격'이 있는 건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니, 글을 쓸 자격이 아니라 글이 팔릴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우울한 이야기를 쓰면서 '나'를 관찰해보려 한다. 그리고 하나의 다짐을 더 해 본다. 이 매거진에 쓰는 글에는 퇴고를 하지 않기로. 어차피 다른 '남'을 위한 글에는 여러 번 퇴고를 한다.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수업도 신청했다. 그러니까 '나'를 위한 글에서는 완결성보다 진솔함을 남기려 한다. 나중에 브런치 북으로 다시 엮을 때는 퇴고를 하겠지만, 일단은 한 편 한편 마음 가는 대로 써 보기로 한다. 밑줄이나 강조표시도 따로 하지 않을 생각이고, 그림도 억지로 찾아보지 않을 것이다.
주절주절 길어진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 매거진은 앞으로 나의 '공개 일기장'이 될 것이다.
아, 그래도 맞춤법 검사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