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배터리를 바꿀 수 있다면

by 민트초코숲

우울증이 가져간 것은 기분만이 아닌 것 같다. 최저기온이 영상 3도를 찍은 오늘,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식은땀이 흐르고, 몸이 더워졌다 추워졌다를 반복한다. 흔한 감기몸살 증세다. 주말 동안 추운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4시간이나 차를 타고 도착해서는 이케아 서랍장을 만든다고 냉골에 뚝딱거린 결과일까.


원래 기관지가 약해서 환절기에 감기 한번 앓는 게 연례행사긴 하지만, 이번 달에는 거의 매주 한 번씩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음식도 잘 먹고 있는데 말이다. 오래 쓴 배터리 상태라고 하면 될까, 아무리 충전을 해도 컨디션이 100%로 회복되는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다.


문득, 방에 굴러다니는 고물 노트북이 생각난다. 휴대폰은 2~3년 정도 쓰면 그래도 교체를 하는 편인데, 노트북은 한 번 사면 적어도 5년은 쓰게 된다. 오래 쓰게 되면, 노트북은 '유선'이 되어버린다. 아무리 충전을 해도 배터리가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체를 하려고 해도 왠지 모르게 쓰는 돈이 아깝다. 유선으로 버티다가, 그것도 버티지 못하게 되면 아예 새로 사면 되니까 말이다.


사람도 배터리 수명이 다 되면 새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공상과학에서나 다룰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지금 체력이 다운된 것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크다. 컴퓨터로 치면 배터리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악성코드가 충전량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많은 것들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체력이 지금 100%가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며 컨디션을 올렸을 것이다. 지금도 노력은 하고 있다. 다만 반드시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모습 또한 나의 모습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힘든 와중에 어떻게든 브런치를 켜고 글을 쓴 스스로를 조금은 보듬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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