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설렘이...

설렘의 시작.

by 내일 만나

오늘도 낯선 땅을 밟는다. 미리 지도를 보고 블로그로 찾아봤어도 예측 불가능. 하물며 몇 번씩 와본 길이라 하더라도 낯설다. 어제 내가 무얼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누구와 함께 하는 길인지,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에 따라서 완전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과 끝의 중간쯤. 산의 중턱이나 정상에 오를 때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만은 늘 같다. 시작되는 시점은 다르지만 내 숨이 부족해 헐떡이는 그 구간은 늘 마주친다. 한 번도 피한 적이 없다.

그 숨이 헐떡이기 시작하면 몸이 쭈뼛 곤두서면서 희열이 느껴진다. 내 몸의 구석구석이 모두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 살아있다는 느낌. 그래서 내가 숨이 차는 느낌. 나는 요즘 그 느낌이 좋아서 산에 오른다. 이번 주도 네 번 정도 산에 올랐는데, 가장 기억나는 것은 함백산 일출산행. 둘 다 겨울산행, 일출산행의 경험이 부족한데, 따지고 재는 것도 없이 출발. 부지런을 떨었는데도, 산 밑에 도착하니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아, 조금 더 부지런을 떨었어야 했는데, 후회도 잠시. 나도 모르게 백미러로 보이는 캄캄한 하늘에 선명하게 그어진 붉은 선! 바다도 없는 하늘에 저런 수평선이라니 차를 세우고 한참을 보았다. 결국 날이 밝아져서야 산행을 시작했다. 좀 더 빨리 움직일걸 그랬나. 아쉬웠는데, 그래도 예쁜 하늘을 봤다는 친구의 해맑은 표정을 보니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게 괜히 미안했다. 그래 천천히 올라가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올라가는데, 뒤를 봐! 란 친구의 말에 멈춰 서서 뒤를 보니. 수평선 위로 해가 완전히 솟아서 에너지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직 새벽의 빛을 띠던 푸르른 회색 같았던 산이 그 해로 인해 주황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분명 아주 먼 곳에 있을 텐데, 마주 보자니 두 볼이 따끔해질 정도로 에너지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낮에 보는 선명한 빛과 그림자가 아닌 주황빛 붉은빛이 한 겹 입혀진 것 같은 그 색감이 아름다웠다. 분명 일출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닌데, 차가운 공기를 그 햇빛이 감싸주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부드러웠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왕복 6시간의 이동 시간도,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던 칼바람도, 다 괜찮았다. 함께 간 친구도 그랬다고 하니. 이것만으로도 참 그래 행복이 별건가. 잠시라도 이런 감정을 느끼면 된 거지. 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그때 내 몸에 내려앉던 그 온기 내 눈에 보였던 빛깔이 생생하다.

83세의 노인이 되면 가장 애틋하고 그리워할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그 순간이 아직 내게 오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지금 이렇게 산을 열심히 다니면, 젊었을 적 산을 다녔던 추억을 그리워하겠지. 지금처럼 호기롭게 도전하거나 내 두발로 밟고 올라갈 수 없지만, 산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을 본 풍경, 그 느낌 모두 생생하게 기억할 것 같다. 단 한순간이 아니라 사진들 보면서 이때는 청계산 매봉을 40분 만에 올라갔는데 말이야 라면서 무용담을 읊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