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설렘을 회복시킬 수 있는그곳

내 치유의 장소

by 내일 만나

내 치유의 장소는 지금은 바로 ‘산’이다. 이 정도면 산에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정확하다. 나는 아주 산에 푹, 빠져있다.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가 어지러울 때, 뒤척이다 밤새 무의식 중에 계속된 생각에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면, 일단 운동복을 주섬주섬 입는다. 이유 없이 외로움이 밀려올 때도, 모든 걸 다 놓고 도망가고 싶어 질 때도 일단 레깅스를 입고 등산화를 신는다.

벌써 혼자 일한 지 9년 차이다. 혼자 일하면 오히려 일하는 공간이 나만의 공간이 될 것 같지만,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몰라 늘 긴장상태에 있는다. 그래서 밥도 10분이면 먹고 조금이라도 천천히 먹으려고 밥을 먹을 때는 문을 잠그고 먹는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 또한 방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편히 쉬기는 어려워서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산은 다르다. 그 산은 나만의 산은 아니지만, 산에 있으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일단 운동복에 등산화를 챙겨 신고 집을 나서면, 그리고 일단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참 이상한 성격이다. 일단 등산을 시작하면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아무리 힘들어도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숨을 헐떡이져 얼굴에 땀이 방울방울 바닥에 떨어지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발밑만 보며 제 숨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명상할 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순간이 제일 좋다. 한창 땀 흘리며 정상에 올라가서 탁 트인 풍경을 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일들이 조금은 작고 하찮게 보인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 한 몸 가누기도 이렇게 힘든데 하물며 다른 일들이야 어디 내 맘대로 되겠는가 싶어서 조금은 마음이 넓어진다. 와, 예쁘다. 파란 하늘, 그림 같은 구름, 작은 점 같은 건물들. 가득 차 있는 나무들. 풍경을 한 바퀴 보고 차 한잔 마시고 내려온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이. 되뇌면서. 매일 뜨는 해고 매일 그 자리에 있는 나무고 늘 보는 하늘이지만, 매일매일 다른 모습에 감탄하면서. 등산을 다녀와서 잡념을 씻든 개운하게 씻으면 다시 일상 속에 뛰어들 용기가 조금은 생긴다. 제쳐뒀던 문제들을 다시 마주 볼 용기가. 그래서 나는 요즘 산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