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속에서.
2019년의 어느 날, 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서로 이름만 알뿐, 직업이나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정한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기에 내 생각과 내 속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거짓으로 말을 지어내는 재주는 없으니 순수한 진실 100프로였다.
그곳에서 깨달은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눈치 채지 못했던 내 감정과 생각들을 발견한 것이다. 평소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한 줄이라도 의견을 말해야 했으니, 내 취향과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스스로의 모습을 표현하면, 자신들이 본모습과 너무 다르다며, 스스로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농담으로 허언증이 있냐고도 했다. 그들이 보는 모습과 너무 다른 나를 말해서.
깨달았다고 하는 두 가지의 부분은 결국 한 가지로 좁혀진다. 낯선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나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이다. 말도 안 통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만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말이 통하고 익숙한 환경 속에서도 낯선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내 얼굴과 표정, 목소리, 제스처, 내 이름은 알지만 내 히스토리를 전혀 모르니, 그들이 보는 내 모습, 내가 표현하는 말과 행동만으로 나를 느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속에서 나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내 역할, 내 캐릭터를 모두 벗어버리고 순수한 나로 있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표현하고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느끼는 내가 너무도 달라서 충격적이었고, 그런 나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그 관계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난 것 같아 설레었다. 지금껏 이런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행동해야만 한다. 이런 책임감을 벗어던진 해방감도 들었고. 2020년에는 그런 나에게 많이 집중했었던 것 같다. 수십 년을 살았는데, 정작 나에 대해서는 너무 몰랐던 것 같다. 나의 호불호, 내가 바라는 삶,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것, 내가 힘들어하는 것 등등. 올해는 무엇보다 혼자 고립되어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도, 사실 아직 나를 잘 모르겠다. 잘 알고 있다고 느꼈던 내가 아직도 낯설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지만, 2021년에는 좀 더 나를 잘 알고 잘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