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

그래, 너 치마가 좀 평소보다 짧더라.

by 내일 만나

내년이 되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 이 몸 상태 그대로 그 나이를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 8월이 시작되는 어느 날.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태어나서 딱 두 번 마음먹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다. 결과는(?) 용요가 와서 오히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보통 6킬로 정도는 쪘다. 서른이 되었을 때, 한번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여파로 얼굴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했었고, 서른 중반쯤 되었을 때, 동생의 결혼식을 가기 위해서 급하게! 탄수화물을 줄이고 급하게 빼느라 두 달에 6킬로에서 10킬로까지 뺐었다. 날씬한 즐거움을 즐긴 시간도 아주 잠깐. 결국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한 다이어트를 유지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달에 많아야 2킬로 정도만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먹는 것을 자제하지도 않고 단지 야식과 혼술만 줄여보고자 했다. 운이 좋게도 코로나로 인하여 약속도 많이 줄었고 경기도로 집이 이사를 한 덕분에 약속이 더 줄어서 이사를 가자마자 4개월 만에 4킬로가 빠졌다. 야식도 혼술도 안 먹는 것이 습관화될 때쯤 운동도 시작했다. 한 세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최근에서야 "살이 빠졌네요?" "운동을 많이 하셨나 봐요" "몸이 탄탄해 보여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콜라겐을 열심히 챙겨 먹은 덕분인지 아직 몸무게가 피골이 상접할 정도까지 오지 않아서인지 아직 내 얼굴을 탱탱하다. 막상 살이 빠졌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는 요즘에는 오히려 나 스스로 살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하지 못했다. 거울 앞에서 요리조리 보아도 아직 내 눈에 넘치는 살들. 아직 내 기억 속에는 가장 리즈시절의 내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에 옷장을 사서 옷 정리를 하다가 사놓고 한 번도 입지 못했던, 단추를 잠그지 못했던 스커트와 원피스를 입어봤더니 단추가 잠긴다! '그제야 내가 진짜 살이 빠졌구나!'라고 느꼈다.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지 모른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일부러 타이트한 옷을 입고 출근하고 새로운 옷도 많이 샀다. 최근에 산 옷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블랙청 미니 원피스와 가죽 미니스커트다. 둘 다 신축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옷에다가 아직 사이즈는 L지만 핏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 매우 흡족하다. 기존에 매장에서 아무리 L사이즈라고 해도 맞지 않았던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이렇게 사이즈가 정해져 있는 옷을 살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치마나 바지 위로 튀어나오는 울퉁불퉁한 뱃살 대신. 딱 맞게 떨어지는 허리라인이 나를 흡족하게 한다. 그 옷들의 사이즈가 변하지 않으니 내 몸이 변할 때마다 입어보는 느낌도 쏠쏠하다. 브랜드가 좀 어린 나이가 타깃인지 L인데도 너무 작아서 부담스러웠는데 점점 그 치마가 내 허리에 딱 맞게 되니 더 격하게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친구들과 약속에 입고 나갔다. 짧은 치마에 다리를 너무 추워 하자 "너 오늘따라 평소와 다르게 치마가 많이 짧다?"라더라. 언젠가부터 살찐 내 모습이 싫어서 펑퍼짐하고 긴 옷들만 입었는데, 타이트하고 짧은 옷을 입으니 기분이 좋다. 이제 더 나이 들면 못 입겠지.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날씬해지고 예쁘게 꾸미는 나를 사람들이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내 모습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 내 태도를 사람들이 다르게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를 학대하듯이 폭식과 과음을 일삼던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게 제일 크다. 가끔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술을 잔뜩 먹었더라도 자책했던 습관도 버렸다. 하루 맘껏 먹어서 체중이 늘었으면 며칠은 클린 하게 먹으니 금세 줄어들었다. 지금 이 몸무게에서 체지방만 4킬로 빠지면 딱 내가 원하는 몸매의 라인이 된다. 4킬로를 빼고 여전히 평균 몸무게겠지만, 내가 원하는던 모델 같은 몸매가 아니라. 내가 봤을 때 자신감이 생기는 그 정도의 몸무게! 제발 내년을 맞이하는 아니 내년부터 쭉이라도 변하지 않고 이 상태 이대로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은 새로 산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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