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제이언니의 립스틱과 립제이언니의 후리스

#스우파과몰입중

by 내일 만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쓰는 물건은 10대 이후로 사본 적이 없는데, 요즘 푹 빠져있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내가 좋아하는 언니들을 덕질 중이다. (멋있으면 언니...) 이상하게 인스타에서 개인적으로 착용한 옷들도 아얘 대 놓고 홍보하는 물건들도 많은데, 그중에 그나마 잘 사용할 것 같은 물건 두 가지를 골랐다.

하나는 입생 로랑의 매트한 립스틱. 입술이 늘 건조하고 뜯는 게 습관이라 그렇게 매트한 립스틱이 유행일 때도 안 샀는데, 그냥 사버렸다. 색상을 보고 사려고 백화점을 갔는데, 립스틱 뚜껑도 열 수 없는 걸 보고 그냥 인터넷으로 사버렸다. 언니들 홍보하는 그나마 나랑 피부톤이 비슷한 꿀 제이 언니의 모델 컬러로! 안 어울려도 우리 언니가 쓰는 거니 그냥 따라 써보고 싶었다. 각진 립스틱 발라본 적도 없어서 케이스에 넣다가 자꾸 립스틱이 뭉개진다. 그래도 괜히 낯선 내 입술이 새롭다. 재밌다.

두 번째는 립 제이 언니가 모립 팬들이 만든 카페에 들렸을 때 입은 빨간색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렌지색인 아디다스의 플리스 재킷이다. 나는 플리스도 한 5개는 되고 아디다스보다는 나이키 빠순이지만, 언니처럼 얼굴이 흰 편도 아니지만 몰라 그냥 사버렸다. 마침 무신사에서 할인도 하고 있어서 7만 원대에 구입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보기만 해서 멋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참 오랜만에 만나보고 그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들고 그 사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 사람이 착용하는 옷이나 쓰는 물건들 화장품 파우치가 궁금해진 것은 정녕 처음이다. 그것도 여자를!

처음에는 그저 엠넷의 아편으로 궁금해서 호기심에 끊지 못하고 2시간짜리 1화를 다 봐버렸다. 그리고 계속 화요일에 그 방송을 보고 새벽에 자서 수요일은 늘 피곤에 하루를 시작했다. 몸은 피곤하지만 심장은 뛰는 그런.

무엇보다 내가 이 여자분들에게 설레는 포인트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꿀 제이 언니가 팀 춤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중 투표의 점수가 중요했다.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할 것이냐 우리가 원래 잘하는 팀 색을 유지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팀원들의 의견대로 원래 팀 색을 유지해서 리허설 마쳤다. 그 리허설에 대해서 너무 매니아적이다라는 평을 듣고 동요하는 팀원들을 다독이면서 한 말이 있다. " 우리 원래 잘하는 거 하자." 그러고 보니 내가 또 인상 깊게 들은 말은 모니카가 여러 명을 대동하는 무대를 만드는 미션에서 처음으로 1등을 한 적이 있었는데 울먹이면서 립 제이랑 팀을 하면서 같은 춤을 춰도 자신들에게 만점을 주는 심사위원이 있는가 하면 빵점을 주는 심사위원이 있었는데, 그래도 자기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거 했다고 하면서 그냥 "우리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삽시다"였었나. 정확한 워딩은 틀릴 수 있지만 내게 기억된 메시지는 그렇다. 최근 친한 언니가 갑자기 그랬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묻고 싶은 게 있어 들어봐, 내가 잘하는 일이 있어. 그걸 하면 돈을 많이 벌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이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어. 그래서 늘 다른 일을 하려고 했지만 하지 않고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서 일에 대한 괴로움을 취미로 풀었어. 그게 도피였던 것 같아. 그 시간이 벌써 7년인데, 7년 전에 내가 취미를 시작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후회가 많이 남아.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와 진짜 누구라도 한 번쯤 해봤을 고민거리. 결국 나의 답변은 언니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걸 알지만 "그렇게 후회된다면 지금이라도 해보는 건 어때? 생각보다 한두 달 만에 별로라서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라고 대답해줬다.

늘 나도 고민한다. 뭘 해야 할지 이걸 해도 될지. 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도 신경 쓰인다. 최근에 하고 싶은 일을 12월에 하게 되면서 8월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내가 기획한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획한 일에 찬조출연 같은 개념으로 들어간 거라. 물론 동등하게 내 역할도 내가 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무언가 열심히 한다는 것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쓰였다랄까. 너무 나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랄까. 피곤한 내 몸도 바쁜 내 마음도 신경 쓰기에 바쁜 와중인데도 말이다. 쓸데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쓰이는 신경을 무시할 수 없었던 와중에 모니카 언니의 저 말을 듣고 정리했다. 나는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이걸 너무 하고 싶고 너무 좋아하고 잘하고 싶다고, 그래서 결과가 어떻든 나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기로. 그리고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당당하게 생각하기로. 내 욕심과 성격을 그냥 인정하기로.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거니와, 내가 이걸 어떻게 잘하고 열심히 할지 고민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그거까지 고민하는 거는 정말 바보 같은 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겁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먼저지. 다른 사람의 시선까지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요즘에는 그냥 하기로 한 것들하고 싶은 것들 그냥 묵묵히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나를 집중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맘껏 즐기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몸이 바쁘지만 행복하다. 나중에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나는 최선을 다해 이 시간에 충실하기로 했다. 이렇게 12월 프로젝트 끝나다 보면 올해도 끝나갈 듯.


#스우파 #립제이 #모니카 #허니제이 #나도춤을좋아하나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니스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