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일 만나 Oct 25. 2021

지금 이 아침시간 소중하게 보내자

나도 모르게 입 밖에서 나온 말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족을 위해 자기의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친구가 있다.

대충 그 언니의 삶을 슬쩍 보기만 해도 누구나 할만한 말. "진짜 대단하다" , "내가 언니라면 그렇게 못할 거야.", "나중에 진짜 복 받을 거예요."

어릴 적부터 친구는 아니지만, 인생의 변화점이 될 시기에 이웃으로 만나 그 누구보다 서로의 속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보기에는, 그 언니는 더 대단하다. 저렇게 뻔한 몇 마디 말로 그칠 수 없다. "내가 성격이 현실적이라서 그래, 내가 최악의 상황을 많이 겪어서 그래서 미리 준비하는 거야"라고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기를 위한 공부를 시작했고 운동은 몇 년째 멈춘 적이 없다. 그 와중에 짧지만 일도 시작했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지만, 마치 48시간처럼 잠을 쪼개 시간을 쪼개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  

내가 생각이 많아 뒤척이다 남들 다 자는 새벽에 깰 때면 어김없이 언니에게 전화를 한다. 그 누구보다 분석적인 성격의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눈치채지 못한 내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가끔 나도 언니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땅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할 때면 허리춤 붙들고 끄집어 내오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인 듯. 평온하던 언니의 일상에 또다시 파도가 밀려오려 하고 있다. 깔짝깔짝 "꺄"하고 한번 놀라고 말 잔잔한 파도 일지, 지금 멀리서 보기엔 작지만 내 발끝에 와닿을 때 집채만 한 파도가 될지는 알 수 없어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도 해야 할 일도, 하기로 한 일도, 포기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될 일들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벌써 내년 3월의 일까지 고민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일단,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하는 일부터 하고 밥 잘 챙겨 먹고 미리 어떻게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지 말자"라고 했다. 늘 언니에게 듣던 말. 내게 힘이 되어 주었던 말.

"언니, 그냥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 해야 할 거 먼저 하자. 지금 이 아침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자"

나도 모르게 내 입 밖에서 나왔지만, 내뱉고도 여운이 남았다. 불안한 와중에 지금은 평온한, 아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오늘. 지금 이 아침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자.라는 말이.

아 내가 그래서 아침에 깨면 다시 못 자나 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나를 방해하지 않을 시간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세줄 일기_13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