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자기 삶을 이해하는 아이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글은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서론–본론–결론, 문단 나누기, 주제문…
틀을 익히고 구조를 따라가는 글쓰기 수업은 일정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글은 조금씩 ‘모양’을 갖추었고, 부모님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죠.
그런데 문득, 공허했습니다.
그 안에 아이가 없었습니다.
형식은 있지만, 생각은 없고
내용은 있지만, 삶이 없었습니다.
그때 다시 질문하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존재를 묻는 아이들
우리는 종종 아이들을 ‘어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묻고 있었습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요?”
“진짜 친구는 뭘까요?”
“화가 나면 꼭 참아야 해요?”
아떤 아이는 호르헤 부카이의 <마법사의 예언>을 읽고 말했습니다.
“왕이 마법사에게 오래전 잘못을 고백한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진실을 말해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아이들도 자기 삶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들은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말하고 싶은 것, 묻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
글쓰기, 존재를 이해하는 길
그때부터 저는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형식보다는 사유, 완성보다는 질문,
‘잘 쓴 글’보다는 ‘자기 삶을 담은 글’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문학을 읽으며,
‘이 장면은 왜 마음에 남았을까?’
‘나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 있나?’
‘지금 내 삶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아이와 함께 이런 질문을 나누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머리가 트이는 논술』을 필두로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저와 아이들이 함께 경험한 ‘질문이 있는 글쓰기 수업’의 기록입니다.
글을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글쓰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이들은 질문을 통해
자기 마음을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조금씩 다르게 살아갑니다.
그런 경험을 한 아이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이의 글에서 마음이 트이고
당신의 질문도 조금씩 자라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