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충전소 자체도 부족하지만 주행 거리가 짧은 전기트럭들이 몰려 나오면서 충전 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부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는 포터나 봉고EV 같은 1톤 전기 트럭들이 항상 점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소형 전기트럭은 줄잡아 12만여 대. 전체 전기차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전기 트럭들이 고속도로 충전소를 장시간 점거하다 보니 일반 승용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톤 소형 전기트럭은 현대차의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3 EV가 대부분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등록된 포터 전기 트럭은 7만1천여대, 봉고3 EV는 4만7천 대가 넘는다. 지난해에만 두 차종을 합쳐 4만 대 넘게 팔려 나갔다.
고속도로 충전 대란은 1톤 전기트럭의 급격한 증가 속도와 함께 짧은 주행거리와 느린 충전 속도가 어우러진 결과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등록된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11km로, 400-500km인 일반 승용차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두 차종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 용량은 58.8kWh로 70-80kWh 배터리가 장착되는 승용전기차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나 정상 기온하에서도 적재함에 화물을 실을 경우에는 실제 주행가능거리가 100㎞ 중.후반대까지 떨어진다.
충전 시간도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많이 걸린다. 포터2 일렉트릭의 경우, 100kW 급속충전을 사용하더라도 80%까지 충전하는 데 대략 50분 가량이 소요된다.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대다수는 50kW급이다. 때문에 1톤 전기 트럭을 80%까지 충전하는데는 적어도 1시간 반가량이 소요된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포터와 봉고 전기 트럭이 충전기를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형 전기 트럭 소유주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갈 길이 바쁜데 조금만 주행하다 보면 충전경고등이 들어오고 요행 충전기를 물려놔도 100% 충전까지 하세월이다. 이 때문에 의무보유 기간이 지나자마자 중고차로 팔아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BYD T4K트럭 차주 주행거리 인증샷
해결책은 전기 트럭의 성능을 개선하는 일이지만 도심형 트럭을 컨셉으로 만든 포터2와 봉고3의 구조로는 대용량 배터리 탑재가 쉽지 않다.
때문에 지난 해 중국에서 들여온 BYD T4K 트럭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첫 해 판매량이 200여 대로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던 BYD T4K는 지난 달 전기차 보조금이 풀리자마자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약 40%인 85대가 등록됐다.
BYD T4K는 국내 포터, 봉고EV보다 용량이 23.2kWh가 큰 82kWh 배터리를 장착, 1회 충전 공식 주행거리가 상온 246㎞, 저온 209㎞다.
이 차 역시 겨울철이나 적재함에 화물을 가득 실을 경우, 기준치보다 실 주행거리가 줄어들지만 실제 차량을 운행 중인 소비자들 중에는 300km 이상 주행했다는 인증샷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LFP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삼원계인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낮지만 최근 BYD가 독자 개발한 LFP 블레이드 배터리는 기존대비 주행거리와 안전성이 대폭 강화됐다.
이 때문에 국산차도 LFP 배터리를 보조금으로 차별할 게 아니라 보다 성능 좋은 LFP배터리를 개발, 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BYD T4K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으로 보조금이 지난해의 1,200만 원에서 올해 462만 원으로 738만 원이 줄었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을 합친 보조금 규모는 지난해에 최대 2,300만 원이었으나 올해는 1천만 원 이상 축소됐다.
충전 속도와 사후서비스(AS)망 등 정부가 정하고 있는 보조금 기준은 모두 충족했지만 리튬인산철(LFP)배터리 장착 때문에 보조금이 대폭 줄었다.
수입사인 GS글로벌은 T4K 고객에 대한 신뢰를 감안, 고민 끝에 삭감된 보조금 전액 지원과 함께 파격 할인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