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찾아올 때 두 팔 벌려 환영해 맞아주지는 못하더라도, 애써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지는 말자. 그저 들렀다 가는 방문객이라 생각하자.
삶을 살면서 남들의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할 내 몫의 슬픔이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의 슬픔의 총량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왜 내 슬픔만 이렇게 한 대접인 걸까? 하는 생각 역시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을 한 번쯤은 스쳐 지났겠지. 모두가 다 저마다 슬퍼하는 시간을 겪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슬픔이 찾아왔다가 다시 들어왔던 문으로 나갈 때. 우리는 사랑할 기회를 얻게 된다.
내가 너무 미워서 슬펐다면, 이건 나를 더 사랑할 기회. 상대가 너무 미워서 슬펐다면, 그건 그 사람을 더 사랑할 기회.
슬픔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하고, 때때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주저앉힌다. 하지만 그건 슬픔의 역할이다. 슬픔은 우리가 마음의 여유 없이, 제때 쉬지 못하고 어딘가로 계속 가고 있을 때 잠시 멈추라고 하는 브레이크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돌아보게 한다. 앞뒤양옆을 살펴보게 해 준다. 또 너무 빨리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목이 마르진 않는지 나를 살피게 해주는 시간을 벌어준다.
그러니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당황하거나 놀랄 필요 없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신호이니 그저 담담히 문을 열어 슬픔을 들여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