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 환자의 정신병동 입원기

두 차례의 입원 이야기

by 무아


나는 양극성장애의 조증으로 인해 정신병동에 두 차례 입원을 했다.


입원 시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입원 - 2023.09~2023.10 (약 1개월)

두 번째 입원 - 2024.08~2024.11 (약 3개월)


나는 조증 정도가 심해 폐쇄병동으로 응급 입원이자 보호 입원이 된 케이스였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동 종류와 입원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폐쇄병동 vs 개방병동


개방병동의 경우 경도에서 중등도의 우울증, 불안 장애, 불면증 등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판단력, 현실 검증 능력이 보존되고 자해 및 타해 위험성이 낮은 환자에 한하여 입원을 하게 된다. 병동 내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ex. 병원 앞 산책 등)


폐쇄병동은 일반병동보다 더 안전하고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입원시설로, 주로 조울병, 조현병, 심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 중 판단력 및 현실 검증 능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자해 및 타해 위험성이 높거나, 통원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출입이 제한되고 통제가 더 많다는 특징이 있다.

출처 - https://psy.amc.seoul.kr/asan/depts/psy/K/content.do?menuId=2560​​​​



자의입원 vs 동의입원 vs 보호입원(강제입원)


입원 유형은

스스로 들어가는 자의입원(퇴원 자유),

본인·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동의입원,

환자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의무자 2인 동의와 전문의 진단으로 입원하는 보호입원으로 나뉜다.


양극성장애 환자 중 조증 증상이 심해져 입원한 케이스라면 대게 자의로든 타의로든 (병식이 없을 경우 타의일 경우가 많다.)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처음 폐쇄병동에 입원했다면 (갖춰야 할 마음, 준비물)


병식을 갖고 자의로 입원한 게 아니라면, 그리고 조증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강제입원이 된다면 처음에는 몹시 혼란스러울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가족들이 원망스러웠고 ‘내가 여기 갇혀있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응급실에서 안정제를 맞고 입원병동으로 이동한 후, 벽과 침대만 있는 격리실에 격리되어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2인실, 4인실, 6인실 중 한 곳에 배정되어 병동에 들어간다. 가져갈 수 있는 짐은 제한적이며 자해 위험이 있는 물건은 반입할 수 없다. 나중에는 휴대폰 사용이 제한적으로 가능했지만 처음에는 휴대폰 및 모든 전자기기를 제출해야 했다. 내가 있었던 병동은 mp3 사용은 가능했는데, 이는 주치의의 허락이 필요할 수 있다.


휴대폰 사용은 병원마다 규칙이 다른데, 중증 환자일 경우 휴대폰 사용을 제한한다. 휴대폰 역시 외부 자극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상태에 따라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사용이 허가되거나 아예 제한 없이(단, 촬영은 금지) 사용 가능한 병동도 있다.


입원 준비물 - mp3, 이어폰, 책, 다이어리, 필기구, 세면도구, 여벌 옷, 간식 (반입이 되는 간식 종류를 미리 확인)


처음에는 갑갑하고 억울할 수 있다. 당연한 감정이다. 평소에 정신병원이라는 장소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들이 모두 자신을 향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은 치료시설이다. 내가 지금 치료가 필요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입원 치료가 필요 없어지면 지체 없이 퇴원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 된다. 평생 있어야 하는 곳이 절대 아니다. 나를 도와주는 가족들을, 주치의를 믿어야 한다.



병식 갖기 (회진 Tip)


입원 기간을 둘로 나눈다면, 입원 초 병식이 없어 치료를 거부하고 주치의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기간과, 병식이 있어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1차 입원에서 조울증임을 알게는 되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로 퇴원을 했고, 재발 후 2차 입원에서 완전한 병식이 생겼다.


병식을 갖기 위해서는 주치의와의 회진에서 자신의 증상과 병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가족들의 설득과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 듣는 말은 느껴지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2차 입원 당시에 하루빨리 퇴원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주치의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랐다. 일기를 쓰며 증상을 관찰하고, 부작용을 세세히 적어 다음 날 회진 때 적은 글들을 보여드렸다. 이렇게 하면 주치의는 내 상태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할 시 약물 조절을 해 부작용을 줄여나갈 수 있다.



병동 내 대인관계


또한,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어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도, 함께 생활하다 보면 이리저리 맞춰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잠자리가 예민한 환자들도 있고, 약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환자도 많다. 정신병동에서는 서로 간의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가야 한다.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 보니 환우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대화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스스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해서 관계가 나빠질 위험이 생긴다거나, 주치의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가설들, 이런 대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로부터 부정적 얘기를 듣는다면 치료가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불행한 사연을 듣는 것이 매우 괴로웠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 아픔을 겪은 분들이 많은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정의 동요가 너무 심하게 일어났다. 그럴 때는 ’ 이제 그만 들어가 볼게요.‘ 하고 먼저 대화를 끊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프로그램


병동 내 프로그램의 주요 목적은 증상 완화 및 재활과 사회 복귀 지원이다. 내가 있었던 병동은 이야기 치료, 음악 치료, 글쓰기 치료 등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치료를 도왔다. 가장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글쓰기 프로그램이었는데, 시나 수필을 읽기도 하고 또 써보기도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발표를 좋아해 많이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살면서 놓치고 있던 내 안 깊숙한 곳에 있던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과정들이었다.


또, 개별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가족들에 대한 분노가 큰 상태로 입원을 해서, 주치의의 권유로 사회복지사님과 정기적으로 상담했다. 상담을 하며 나와 가족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게 됐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할 수 있게 됐다.



기타 참고사항


- 병동 내 모두와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된다. 혼자 생활해도 되지만, 너무 외롭고 적적하다면 말이 잘 통하는 1~2명의 친구를 사귀기를 추천한다.

- 병동에서는 간식이 큰 힘을 갖는다.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간식을 잘 활용해 보자.

- 휴대폰 대신 사용해 주기(ex. 부탁을 받아 문자 보내주기)는 금물. 휴대폰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

- 전화번호 교환도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사실 암암리에 다 교환을 한다. 서로 의지하면서 친해지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너무 많은 이들에게 번호를 공유하지 말도록 한다.

- 적절한 운동을 하면 더 좋다. 운동 시설이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맨몸운동이나 요가 자세 몇 가지를 배워가면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 낮잠을 많이 자면 밤잠을 설칠 수 있으니 낮에는 활발히 활동(병동 산책)하고 밤이 되면 자는 것을 추천한다.

- 일주일에 1~2회 가족에 한해서만 면회가 가능하다. 면회 때는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며 외부 음식 식사가 가능하다.

- 병동 내 공중전화가 있다. 미리 전화번호부를 다이어리에 써가고 사전에 공중전화번호를 지인들에게 알려준 후 전화를 걸면 된다. 전화는 교통카드 비슷한 전화카드 충전 후 이용 가능하다.

- 입원 후 1~2개월이 지나면(상태에 따라 기간은 달라짐) 외박이 가능하다. 1박 2일부터 시작해 2박 3일, 3박 4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정신병동 입원에 대한 정보들과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해 보았다. 내가 입원한 병동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다른 병동과 약간의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정신질환으로 입원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혹은 입원 중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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