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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장애의 극복이란

관해를 향해서

by 무아

나는 양극성장애 1형 진단 후 1년쯤 지나 병식이 생겼다. 가족들과 주치의, 그리고 나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져 마침내 병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1년 차 때는 병을 거부했고, 2년 차 때는 병과 맞서 싸웠다면, 3년 차인 지금은 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약물치료를 하며 심각한 조증기, 울증기 없이 안정적인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한 상태를 ‘관해’라 부른다. 1형 환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흔히 고혈압 환자의 예를 드는 경우가 많다. 약만 잘 먹으면 정상인과 다름없는 고혈압 환자처럼, 1형 환자들 역시 관리만 잘한다면 관해상태로서 조증과 울증을 사전에 예방하고 안정적인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진정한 관해 상태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약물의 도움뿐만 아니라 환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겪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수면시간이 하루의 기분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치의에게 여쭤보니 적당한 수면시간은 6~8시간이라고 하셨고, 그보다 적으면 기분이 들뜰 수 있고 그보다 많으면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다음은 산책이다. 충분히 햇빛을 쬐는 것으로도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떨어트릴 수 있다. 루틴은 조증기와 우울기의 에너지 폭을 줄여주고 환자 자신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심하지 않은 규칙적인 노동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얼마 전부터 프랜차이즈 카페에 입사해서 일을 시작했다(주 5일 25h). 잠이 많아지고 무기력해지는 날이 잦아서 강도 높은 노동은 아직 준비가 안된 듯하여 카페 직종을 택했다. 일을 해보니 자기 효능감도 올라가고 강제적으로 외출을 하게 되니 활동성도 생겼다. 또, 대인관계가 넓어지는 것도 일상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일을 추천하는 것과 별개로, 어찌 됐든 일은 고용주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자신이 감당 가능한 만큼의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주 1~2회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주 3~4일, 최대 5일까지 점차 출근일 수를 늘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회복 후 처음부터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조울증은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3년 차 환자인 나는 관해로 가는 과정 중에 있다. 아직 우울기가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산책과 카페 출근을 하며 루틴을 세우려고 노력 중이다. 결론적으로, 조울증의 관해란 적절한 치료를 유지하며 심각한 기분 변화를 겪지 않은 채로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는 세상에 밝히지 않았지만 정신질환과 싸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누구든 아플 수 있다. 아픈 것은 죄가 아니다. 단, 자신을 위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병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치료가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신질환과 힘들게 다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큰 피해 없이 관해 상태가 되길 바란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더욱더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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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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