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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점이 나의 재능이었구나

by 무아제로

나는 어두운 모습도 많지만 서른 중반인 지금도 착하다는 소릴 종종 듣는다. 어린 날엔 그 소리가 싫었다. 약해 보이는 것 같고 손해 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20대 중반 지나서는 이름마저 착해 보여서 개명을 했다. 본래 이름은 '신진'이었다. 믿을 신 자에 참 진. 정말 정직한 이름이다. 지금 이름은 태은인데 모습 태 자에 온화할 은이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온화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살아가자 해서 스스로 지었다.

바꾸고 나니 이 이름도 꽤 온순하다. 보통은 너의 것을 빼앗기지 말아라,라고 가르칠 텐데 우리 엄마는 항상 늘 양보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바보처럼 내 것도 타인이 원하면 주기도 했다. 그런 태도가 싫어서 어떻게 보면 한 때 개인적으로 홀로 지내는 방법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런 엄마의 가르침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으나 서른 중반의 지금은 그런 가르침이 쉽지 않지만 정말 삶을 잘 살아가도록 하는 깊은 뜻이었구나 여긴다.

나는 성격이나 성향이 외가 쪽을 많이 닮았다. 신실한 천주교 집안이었고, 엄마는 아빠를 만나기 전까진 수녀가 꿈이었다. 외할머니는 돌아가실 때 급격한 강남 개발로 운 좋게 얻으신 수익과 그 이후의 건물을 전부 기부하셨다. 우리 엄마는 그런 외할머니를 원망하기보다 존경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랐으므로 엄마는 그런 성향이 되었고, 나 또한 엄마의 배에서 나고 자랐으니 그러한 삶의 태도로 살아가게 되겠구나 서른 중반인 지금 인정하고 있다.


아마 내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뒤늦게 걷고 있는 것도 이런 집안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착하고 약지 못하다는 평생 단점인 줄 알고 살아왔던 내 성향이 사회복지 분야에 쓰이면 괜찮은 재능이지 않을까 싶다. 전에 다니던 가구공장 사장님께서 사회복지의 길을 간다고 하니 너는 참 어려운 길을 간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나를 응원해준다. 자식에게 수십억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도록 기르는 것이 먼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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