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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람이되 웃긴 사람은 되지 않기

by 무아제로


서른 초반까지도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농담을 남발하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친하다는 이유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농담이 아무렇지 않던 시대가 있었고, 상대가 웃어넘긴다고 나의 농담이 유쾌한 것이었다는 확신이 없다.


더구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관계를 나아지게 하겠다며 했던 농담들은 얼마나 리스크가 큰 것이었을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자라 온 배경이 다르므로 누군가는 함께 즐거워할 수 있어도 누군가는 예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서른 중반인 지금은 어색한 사이를 극복하려 이전보다는 쓸데없는 말을 잘 안 한다. 할 말이 없으면 그냥 함께 있기만 하고, 상대가 왜 말이 없느냐 물으면 굳이 말을 해야 되느냐고, 같이 있으면 있는 대로 좋은 거고, 그러다 할 말 생기면 하면 되지 않느냐고, 대답을 한다.


웃긴 사람이고 싶다는 강박이 있었고, 그렇게 보이려고 애를 쓴 적도 있었다. 여전히 그런 모습이 아예 지워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애를 쓰진 않는다. 진지하게 대화를 하다가 가끔 엉뚱한 소릴 하면 상대는 꽤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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