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만 그런 건가 인티제가 그런 건가

by 무아제로

나는 꽤 내향적이다. 장난기가 있어서 친한 이들은 익숙해져서 모르겠지만, 타인이 연락 없이 우리 집에 불쑥 찾아오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친척들 사이에서도 성격 좋다는 소리는 못 듣는다. 점잖지만 유별난 아이 정도. 사회적이진 않다.


사회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독립적이어서 섭섭함을 주는 사람인 것 같다. 직장에서도 상사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도 않고 애를 쓰지 않으니까 옛 어른들 입장에서는 너는 성실하긴 하지만 성격이 그러면 안 된다는 훈계를 종종 듣는다.


피해를 주는 건 아닌데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으니 윗사람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나 보다. 사실 친한 친구들도 단톡방에서 거의 한마디도 안 하는 나를 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만회하려 애를 써서 친구들 만남에 참여하는 것인데 친구들은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인지, 나 또한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 다음의 더 많은 것들이 약속된다.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이와 1:1로 만나거나 소수와의 만남은 역시나 긴장되긴 하지만 에너지를 얻는다. 사실 취향이 비슷하지 않아도 상대를 바꾸려는 언사를 하지 않으면 괜찮다. 과거 어떤 부분에 섭섭함을 느꼈지만 이해하자며 지나가 놓고 나중에 다시 꺼내서 지적하는 행위는 과연 무엇일까. 이해를 한 것일까 과연.


이런 냉정한 나를 다정하다고 여기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가치관과 행동을 지켜보고 대화하면서 안심해도 되겠구나, 조금은 마음을 연 것이다. 나는 짝이 없다면 고립되며 혼자만의 벽을 쌓고 살아갈 것 같다. 짝 말고는 소통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므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재미 없는 쇠질을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