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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Dec 31. 2015

연말이라 택배 배달하기 바쁘시죠

어제 책 두 권이 왔다. 3일 전에 예상 도착일이었고, 2일 전에서야 배달이 될 거라고 문자가 왔다. 2일 전에도 기다리다 오지 않아서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너무나도 기다렸던 책이기에.


"오늘 안에 못 오시나요?"


"네 내일 갑니다"


이렇게 문자가 오고 갔다. 확답을 받았으니 늦어도 2시 전에는 오겠지 생각했는데 4시 가까이 연락이 오지 않았다. 


"대략 몇 시쯤 도착 가능할까요?"


"주소가 어디세요"


다시 한 번 문자를 보냈는데, 황당한 반응으로 돌아왔다. 내가 어제 보냈던 문자는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저 내일 간다고 보냈던 것이다. 기분이 상했다.


주소지를 답장으로 보냈는데 답이 없고, 전화도 받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노트북을 켰다. 책을 구입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다. 배송 정보를 보니 우리 동네 부근은 배송이 된 것으로 나와서 배송 신고를 하려고 했다.


택배사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서비스 엉망이라는 분노에 찬 글들이 꽤 보였다. 나도 화가 났지만, 연말이라 바쁘겠거니 조금 화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다 다시 화가 났다. 내 소중한 책은 언제쯤 오는 것이냐며...


그 순간 무언가 번뜩 뇌리를 스쳐갔다. '서비스 엉망이라니... 혹시?' 우리 집은 현관 문이 두 갠데 하나를 열었다. 신발들 사이에 끼여있었다. 그렇다. 연락을 안 하고 그냥 던져놓고 간 것이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빠른 답이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많이 바빠서요"


전에 택배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 누나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택배 회사 직원이나 배달 기사분이나 다들 너무나도 바쁘다고. 그 누나는 지금 언급한 같은 택배사를 다녔던 게 지금 기억이 났다. 직원과 기사 간에 서로 커뮤니케이션도 안 되고, 사람은 없어서 바쁘니 서비스 엉망에 중간에 민원  전화받는 사무실 직원들은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고. 그래서 욕을 계속 먹고.


기본적인 시스템 조차 불안한데, 성과를 내야 하고, 윗사람은 관심이 없고, 중간에 낀 직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하고. 좋은 성과는 함께 해낸 직원들이 아닌 명령한 윗사람이, 나쁜 책임은 명령에 따른 아랫사람이. 주변엔 그런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런저런 걸 생각해보니 기사 분들도 좋게 전달해주고 싶으실 텐데, 해내야 할 것들은 많고,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죄송하다고 했으니까. 생각해보니 오히려 내가 미안해지기도 했고. 그래도 조금만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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