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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Jan 05. 2016

마음의 영하 2편

영하는 도태를 자초한다. 아니, 도태당했을지도 모른다. 영하가 원한 삶은 아니었으니까. 계획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는 사회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어른들도 잘 안 보는 신문을 즐겨보기도 했다. 몇 년간 최근 기사들을 보면 드는 생각은 이렇다.


내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고 목표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서울로 가면 안 되겠구나.


영하는 경기 북부의 작은 소도시 포천에 살았다. 그리 가난한 집은 아니라 꿈을 꾸는 척 말할 수는 있었다. 주변에는 하루 벌지 않으면 무너지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중산층도 아니지만 가난한 집도 아닌 그런 영하네. 


서울로 간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며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월급과 월세, 생활비를 제외하면 저축할 수가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 경제는 안 좋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으니 오히려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사는 게 이득으로 여겨졌다. 최근 본 기사에서는 미니멀리스트가 유행이라며,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했다. 영하는 딱 자기라고 느껴졌다. 반가웠다. 


영하는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으려  마음먹었다. 타인의 눈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정말 원하거나 필요하면 구입하기로. 그의 친구 재훈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차는 사지 않기로. 재훈은  출퇴근하는 곳이 시골이라 교통이 너무 안 좋아서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여자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매 달 몇십 만원씩  수년의 할부를 끊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니까.


다달이 빚으로부터 고통을 덜 받고, 그 돈으로 좋아하는 책과 만년필을 사고, 음악회를 다니고, SPA 브랜드의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옷들 구입하고, 매달 미용실에서의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적어도 영하에게는 이런 것들이 차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삶의 풍성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하기 싫은 것은 하지 말자는 가치관이기에 현실 계급은 높지 않았다.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자본주의적 사회 계급이 엄연히 존재하니까. 그는 고향으로 돌아오니 서울보다 하고 싶은 일은 거의 없었고, 이유 없는 명령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영하는 담임 선생님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저... 선생님. 답은 왜 맞춰야 하나요?


그냥 빨리 풀어. 시간 없어.


그냥이요? 


그래. 열심히 외워서 푸는 거야. 점수 잘 받으면 부모님이 기뻐하니까. 훌륭한 사람이 되니까.


어린 날 영하의 담임 선생님의 알 수 없는 눈빛은 답을 왜 맞혀야 하는지 답을 더욱 모르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런 것인지, 기질이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없으면 영하는 하지 않았다. 그냥 다들 하는 거니 외우라니. 어른들의 세계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사는 것일까.


영하는 공부 못하는, 시키는 걸 그대로 하지 않는, 엉뚱한 생각으로만 가득 찬 성인으로 커갔다. 영하는 돈이 되지 않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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